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 개정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2차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25일 국회에서 "3차 상법의 출발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라며 9월 정기국회에서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범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5건이 계류 중이다. 법안별로 소각 시점은 다르다. 김현정 의원안은 '취득 즉시', 김남근·민병덕 의원안은 '1년 이내', 이강일 의원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안은 '6개월 이내'를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남근 의원 발의안이 현실적인 타협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반드시 소각하도록 하는 제도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순이익(EPS)이 증가하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진다.
실제로 주요 지주사들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상당하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롯데지주는 전체 발행주식의 27.5%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으며, SK는 24.8%, 두산 17.9%, LS 13.87%, HD현대 10.5%, CJ 7.26% 등이다.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경영권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배당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5%로 낮추는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지주사 섹터의 투자 매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주사는 자회사에서 얻은 수익을 배당으로 수취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배당소득세 인하는 곧바로 세후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진다. 특히 대주주 입장에서는 절세 효과가 커지면서 배당 확대 가능성도 높아진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세제·법제 변화가 지주사 저평가 해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한국 시장의 글로벌 스탠더드 정착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다만 논의가 지연되거나 기보유 자사주에 과도한 유연성이 부여되면 규제를 우회해 자사주가 처분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입법 과정에서 세부 규정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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