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주요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이 러시아 사업 재개를 위해 비공개 논의를 가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방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 복귀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보도에 따르면 엑슨모빌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 러시아 주요 국영 에너지 기업인 로스네프트와 종전에 진행하던 사할린 원유 및 가스 개발 프로젝트 재개를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논의를 이끄는 닐 채프먼 엑슨모빌 수석 부사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최고경영자(CEO)와도 개별적으로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관련 논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업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승인이 떨어진다면 해당 프로젝트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WSJ는 전했다.
엑슨모빌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사업에서 철수했지만 그동안 조 바이든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 재무부의 승인을 얻어 러시아 내 동결 자산에 대한 물밑 접촉을 계속 해 왔다고 WSJ는 보도했다. 특히 올해 1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공언한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서 러시아 사업 재개 논의가 급진전됐다는 설명이다.
엑슨모빌은 구소련 해체 이후 대부분의 다른 서방 기업들보다 러시아에 깊게 관여하고 있던 기업이다. 따라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엑스모빌의 러시아 철수가 상징적 의미를 가졌던 만큼 러시아 사업을 재개하게 된다면 그 역시 또다른 의미에서 상징적 의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예일대학교 경영대학원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1천개 이상의 기업들이 러시아 내 사업 중단을 공식 발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엑슨모빌을 비롯해 다른 서방 기업들 역시 러시아 사업 재개를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자동차업체 르노가 러시아 시장 복귀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고 삼성, LG, 현대 등 주요 한국 기업들 역시 러시아 사업 재개를 타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종전 합의가 없을 경우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경제 제재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전쟁) 종식을 원한다”며 “우리에게는 경제 제재 조치가 있다. 세계 대전으로 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경제 제재를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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