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야후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7일(현지시간) 장 마감 직후 실적을 발표한다. 글로벌 애널리스트 42명이 집계한 매출 컨센서스는 46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3.1% 증가한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은 1.01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0.68달러)보다 48.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컨센서스를 엔비디아가 충족하면 최근 불거진 AI 버블 논란을 잠재우고 기술주 랠리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이란 게 시장의 기대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웨드부시, 키뱅크, UBS, 모건스탠리, 캔터 피츠제럴드 등 주요 투자기관 9곳이 최근 엔비디아 목표가를 일제히 올렸다. 평균 목표가는 194달러로 현 주가(178달러) 대비 약 9%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다만 낙관론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AI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올트먼 오픈AI CEO 발언 이후 경계심리가 높아진 상태다. 올트먼 CEO는 현 상황을 1990년대 'IT 버블'에 비유하며 "버블이 생기면 작은 진실에도 시장이 과도하게 흥분한다"고 기술주 과열을 경계했다.
AI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 주가도 이 같은 경계 심리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2일 186.97달러(종가)를 찍은 뒤 13일부터 20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9일에는 하루 만에 9.35% 급락했고, 22일 종가는 158.74달러로 고점 대비 약 15.1% 하락한 상태다. 이처럼 AI 버블 논란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주가도 AI 반도체 기대감으로 급등했다가 거품 조짐이 불거지자 급락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올트먼 CEO 발언을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 인하가 진행되면 저평가된 기업 주식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며 "AI 고밸류 종목의 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AI 관련 종목들도 엔비디아 실적에 따라 부침을 겪을 전망이다.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 AI 반도체,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들이 동반 강세를 보일 수 있다. 특히 로보티즈, 레인보우로보틱스, 알체라, 한컴MDS 등은 엔비디아의 로봇 플랫폼 발표와 맞물려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 최근 급등한 종목들에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TF 시장에서도 AI·반도체·로봇 관련 테마형 ETF에 대한 자금 유입 여부가 실적 발표 이후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 KODEX 미국AI테크TOP10,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TIGER 미국AI빅테크10타겟데일리커버드콜, HANARO 글로벌생성형AI 액티브 등은 엔비디아 실적에 따라 단기적인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단순한 분기 성과를 넘어 AI 랠리 지속 가능성과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정당성과 투자자 심리를 가늠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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