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민생을 살린다며 민생지원금 15만 원을 살포했다. 이제 민주당 이재명 정부가 표를 의식해 이 돈을 뿌렸다고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국민들은 그런 정치적 꼼수에 넌더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 반복되는 '현금 살포 쇼'를 국민이 모를 리 없다. 뻔히 보이는 계산된 정치적 제스처에 국민은 피로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짜 민생 대책이지, 선거철에 맞춰 포장된 '현금 봉투'가 아니다. 특히 이번 지원금은 선거가 끝난 직후 지급된 탓에, 서민을 돕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대통령 당선에 대한 '사례금' 성격이라는 뼈아픈 비판까지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시장을 다녀온 서민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이렇다. "돈은 받았는데, 장바구니는 더 가벼워졌다." 파프리카 세 개에 2000원이던 것이 어느새 두 개에 4000원이 됐다. 포도·수박 등 제철 과일 값은 20%가량 올랐고, 돼지고기 값도 덩달아 치솟았다. 분명히 서민을 돕겠다며 돈을 뿌렸는데, 정작 서민의 밥상은 더 비싸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시장을 매일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한다. 대부분의 장사아치들이 이 돈이 풀리자마자 일제히 가격을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이 장사아치들은 이 돈이 결국 서민 지갑을 거쳐 다시 시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 돈을 전통시장에서 밖에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확히 계산한 것이다. '어차피 지원금은 우리 가게로 들어올 것'이라는 심리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소비자 주머니에 꽂힌 15만 원은 고스란히 악덕 상인의 계산대로 흘러들어 갔고, 결국 서민은 지원금을 받자마자 더 비싼 가격표 앞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써야 했다.
소비자에게 흘러가야 할 지원금이, 악덕 상인의 지갑으로 고스란히 들어가 버린 셈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지원금이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 문제다. 결국 이 돈은 '서민 지원책'이 아니라 '악덕 상인의 배를 불리는 보조금'이 되고 만다. 이런 구조는 무책임한 민주당식 정치의 산물이다.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민생지원금'은 실제로는 악덕 상인들에게 '가격 올려도 괜찮다, 어차피 정부가 돈을 대준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 상인들에게 '정직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폭리 경쟁'을 부추긴 꼴이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오른 가격은 절대 내려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하방 경직성'이다. 그래서 지원금은 서민에게 단발성의 달콤함을 주지만, 이후에는 더 무겁고 쓰라린 물가 부담을 떠안게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미 1차에 이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또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대상과 금액만 조금씩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다. 서민 대책이라는 이름을 또 달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시장 가격 인상과 악덕 상인들의 배만 불려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 해결을 위한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지금 정부는 세금을 거둬서 다시 지원금으로 나눠주는 구조를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이 과정에서 행정비용이 들고, 지원금은 한 번 받고 끝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세금을 줄여주면 국민이 매달 버는 돈에서 원래 내야 할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때문에 그만큼 지갑에 돈이 더 남는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세금으로 30만 원을 내던 것을 20만 원만 내게 해주면, 매달 10만 원이 더 손에 쥐어진다. 지원금은 단발성 용돈이지만, 세금 인하는 매달 이어지는 생활비 절감이다. 어느 쪽이 더 근본적 민생대책인지, 답은 자명하다.
정말 경기 회복책이 현금 살포밖에 없는가. 차라리 세금을 줄여 소비 여력을 키우고, 농축산물 생산·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더 근본적 해법이다. 선심성 현금 살포는 표는 얻을지 모르지만, 민생은 망가뜨린다. 민생지원금은 듣기에는 달콤했지만, 실제로는 서민 지갑을 털어 악덕 상인의 배를 불려준 최악의 정책이다. 정부가 정말 민생을 걱정한다면, '돈 뿌리기'가 아니라 '세금 부담 경감과 물가 안정'에 먼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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