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은 추모식에서도 냉랭한 모습을 보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며 내란 세력 척결을 강조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통합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여당이 야당을 말살 대상으로 규정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추모식은 1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진행됐으며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 대표, 송 원내대표를 비롯해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특히 여야 대표는 광복절 경축식에 이어 이날도 대화는 물론 악수도 하지 않았다. 각각 추도사를 한 뒤 서로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인사 없이 자리에 앉았다.
추모사에서도 엇갈린 메시지로 상대를 겨냥했다. 먼저 정 대표는 "1980년 광주가 2024년 12·3 내란을 몰아냈다"며 "국민 주권주의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이미 우리 국토 곳곳 거리와 식당에서 피어나 있다. 누가 완전한 내란 종식 없이 이 사태를 얼버무릴 수 있겠나"라고 국민의힘을 저격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당신이었다면 진정한 용서는 완전한 내란 세력 척결과 같은 말이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신의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 이 땅의 민주주의를 키워낼 것"이라며 "당신을 기억하는 국민을 위해, 당신을 재발견하게 될 국민을 위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덧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집권 여당이 야당을 말살의 대상으로 보는 현실 속에서 김 전 대통령의 포용과 통합의 정신이 생각난다고 맞받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정치 보복은 없다'는 약속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지켰다"며 "이런 리더십이야말로 정치권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이 야당을 대화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고 말살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는 작금의 현실"이라며 "통합의 중심에 서야 할 정치가 오히려 국민의 편을 가르고 정치 보복과 진영 갈등을 반복해서는 결코 대한민국이 전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추모위원장을 맡은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주의가 역행하지 않도록 제도적 기틀을 세우고 국민 삶을 향상하는 정치로 민주주의를 해나가는 것이 김 전 대통령의 뜻을 이어가는 길"이라며 "역경 속에서도 국민을 믿고 역사의 발전을 낙관했던 대통령의 강인한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추모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과거와 오늘, 미래를 지켜낸 한 그루 거목(巨木)"이라고 전했다. 을지 훈련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강훈식 비서실장이 추모사를 대독했으며 이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던 대통령 말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나침반으로 거듭나 국민 주권이 흔들린 역사적 순간마다 우리를 일깨웠다. 격동하는 위기 시대에 거인 김대중의 삶에서 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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