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에 점령지 일부를 반환하는 대신,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넘겨받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가 파악한 러시아 측 평화 협상안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 수미·하르키우 지역 중 현재 점령 중인 일부 지역을 반환하는 대신,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 전체를 자국 영토로 받아들이기를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돈바스 전체 면적 중 약 88%인 4만6570㎢를 장악하고 있다. 이 지역은 루한스크와 도네츠크로 구성되며, 전쟁 이후 대부분 러시아 측이 점령한 상태다. 반면,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통제 중인 도네츠크 지역의 면적은 약 6600㎢로,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된다.
러시아는 수미·하르키우 지역 중 일부를 반환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면적은 약 440㎢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비교하면 우크라이나가 포기해야 할 땅은 돌려받게 될 면적의 약 15배에 이른다.
또한 러시아는 남부 전선인 헤르손과 자포리자 등 나머지 지역의 전황을 현재 상태로 동결하는 방안도 함께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및 우크라이나 정상들에게 전달한 내용을 토대로 파악된 것이다.
로이터는 협상안에 포함된 다른 조건들도 함께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정식 영토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침공 이후 부과된 대러 경제 제재의 일부 해제도 포함돼 있다. 또한 러시아어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현재 금지된 러시아 정교회의 종교 활동도 허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가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특히 러시아가 제시한 협상안에는 최종 평화합의 전까지의 즉각적인 휴전조차 포함돼 있지 않아, 매일 피해가 발생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현실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이전부터 자국 영토의 일부를 포기하는 어떤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도네츠크 지역은 러시아의 추가 진격을 막기 위한 방어선으로 기능하고 있어, 전략적 의미도 크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역시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신 일정 수준의 안보 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한 방식의 안보 보장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항은 나토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을 경우,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이터는 이번 협상안이 러시아의 최종 제안인지, 아니면 이후 협상을 위한 초기 제안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협상과 관련해 18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러 정상회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상당 부분에서 의견이 일치했으며, 합의에 근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동의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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