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장편이다. 작가는 인류가 스스로의 과오로 인해 자멸하다시피한 지구 위에 유전자 실험의 결과물인 키메라들이 새로운 지배자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탁월한 적응력의 혼종 인류를 만들어 내려는 진화 생물학자 알리스 카메러는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신인류를 탄생시키는 위태로운 연구를 시작한다. 그러던 중 3차 대전 발발로 지구는 핵전쟁으로 파괴되고, 우주에 머물던 알리스는 고농도의 방사능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3종의 키메라 배아를 들고 지구에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그가 우여곡절 끝에 탄생시킨 키메라 3종족이 지구상에서 구인류와 연대하고 또 갈등하며 겪는 적응기가 웅장한 스케일로 펼쳐진다.
기후 위기로 인해 눈앞에 닥친 전 지구적 재난과 식량 문제, 빈번한 핵전쟁의 위협이 도사리는 현재 상황 속에서 이 책은 근미래에 우리가 맞닥뜨릴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품은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인간만이 주인이라 믿는 것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보여 준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대재난이 닥쳤을 때 살아남도록 변종 신인류를 탄생시킬 계획이었던 나였지만, 모든 일이 이렇게 빨리, 이 정도까지, 이렇게 극단적인 방식으로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어머니 자연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고 인내심을 잃었던 게 분명해. 자연은 인간에게 자기 파괴 성향을 불어넣었고 인간은 무시무시하도록 유능하게 제 본성을 드러냈어." (1권 161쪽)

모로코 하이아틀라스산맥 흙집부터 알프스 숲속 오두막, 경기도 양평의 콘크리트 집까지. 저자는 5대륙 12개국에 흩어진 21채의 산속 집을 찾아 나섰다. 고립된 산 속의 아름다운 집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다. 산과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서사이며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 기록이다.
책 속 집들은 걸작보다는 완성되지 않은 거친 모습에 가깝다. 집주인이 돌과 나무를 주워 직접 지은 집, 수십 년간 방치된 허름한 오두막을 개조해 만든 집, 뻥뚫린 천장과 갈라진 마루의 집 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집들에는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는 태도가 배어 있다. 집주인들은 햇빛이 드는 방향을 고려해 창을 새로 내고, 겨울철 적설량에 맞춰 부엌 위치를 바꾼다. 매일매일 달라지는 자연의 흐름을 읽으며 살아간다.
"온 가족이 함께 벽돌을 쌓고, 철근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었다. 집의 전체 설계는 가브리엘이 케이프타운과 프리토리아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영감을 얻어 스케치한 도면을 바탕으로 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집의 2층이 완성되기도 전에, 거실 창문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했다. 밤에는 담요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임시 침대에 묶어두어야 했다." (176쪽)

이토록 시끄러운, 감정 이야기=박정경 지음, 장누리 그림, 도서출판 사슴뿔.
발달장애인은 자신의 감정 변화에 스스로 당황스러워하거나 주변 사람들의 반응에 혼란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불편하거나 혼란을 주는 감정을 ‘버려야 할 감정’으로 보지 않고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감정’으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출발한다. 감정과 함께 머무르며, 감정을 이해하고 기록하고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 감정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만들어 간다.
이 책은 감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심이 되는 개념과 이를 시각적으로 만들어내어 발달장애인들이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경계선지능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도 충분히 현실에 적용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과 차별 문제에 자기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접근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감정에는 양면이 있어요. 서로 반대되는 두 감정이 동시에 생길 수도 있어요. 때로는 팽팽하게 긴장이 일기도 해요. 바로 ‘감정 줄다리기’입니다. 우리는 두려울 때 오히려 용기로 낼 수 있어요. 슬프지만 그 슬픔과 나란히 걸어갈 수 있어요. 사랑하면서 동시에 미워할 수도 있어요."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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