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이들이여 꿈을 가져라. 어느 나라든 젊은이들이 꿈이 있고 패기가 있으면 그 나라는 희망이 있다.” (권기옥·1901~1988)
광복 80주년을 맞아 노들섬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독립, 너의 미래를 위해서였다’는 시대의 빛바랜 기록 속에서 잊힌 이름들을 다시 불러낸다.
그중 여성독립운동가 초상화전 ‘광복의 모든 이름’은 역사 속 ‘조연’에 머물렀던 80인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얼굴을 마주하게 한다. 초상 속 그들은 과거 인물에 머물지 않는다. 민족의 희망과 저항의 불씨를 품은 채 오늘 우리 앞에 서 있다.
그 가운데 조선 최초 여성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의 눈빛은 유난히 또렷하다. 권기옥은 평양 숭의여학교 재학 시절 3·1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렀고 임시정부 군자금 모금 등에 몸을 던졌다. 하늘을 날아 폭탄을 싣고 조선총독부와 천황궁을 폭파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1923년 중국 운남육군항공학교에 입학해 조선 여성 최초의 비행사가 된다. 이후 광복군 비행대 편성 구상은 여건과 종전으로 무산됐지만 그는 여성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제주 해녀 항일운동의 주역 부춘화와 부덕량의 초상도 전시장을 지키고 있다. 두 사람은 야학에서 한글과 민족교육을 받으며 의식을 키웠고 1928년 해녀회를 조직해 저항의 힘을 모았다. 1932년 1월 일본인 상인의 착취에 맞선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일제의 압박에도 해녀들의 단결과 항일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전해진다.

그들의 얼굴에는 결연함과 동시에 역사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곳에서 여성독립운동가들은 더 이상 조연이 아닌 이 땅의 독립을 지탱한 또 다른 중심축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통계는 여전히 냉랭하다. 국가보훈부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은 이는 전체 1만8258명이다. 이 중 여성 독립유공자는 664명에 불과하다. 남성 중심의 역사 기록과 ‘보조 역할’로 축소돼 있는 여성, 일제와 해방 전후 혼란으로 인한 기록 손실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그 기간 노들섬 입구에서 이어지는 2층 노들스퀘어에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16개의 대형 태극기가 전시된다. 명신여학교 태극기, 고광순 의병장의 불원복 태극기, 강릉 선교장 소장 태극기 등 이제껏 접하기 어려운, 세월의 흔적을 담은 역사 속 태극기가 바람을 타고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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