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A 핵심 트렌드 '군살제거'…불필요한 사업부 정리

  • 올해 '카브아웃딜' 수조원대 규모

  • LG화학, 에스테틱 사업 등 정리

  • 롯데렌탈·SK스페셜티 등 줄 매각

  • 사업 효율·유동성 동시 확보 전략

자료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카브아웃(carve-out) 딜'이 핵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3년 새 관련 딜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카브아웃 딜'은 대기업이 계열사 특정 사업부를 군살 제거하듯 떼어내 파는 형태를 뜻한다. SK·롯데·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최근 이 방식으로 불요불급한 사업부 정리를 추진 중이다. 올 들어서도 수천억, 수조원 단위의 카브아웃 딜이 나오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재무 건전성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려는 대기업의 전략과 M&A 시장 침체 속에서 드라이파우더(펀드 내 미소진 자금) 소진이 필요한 재무적 투자자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카브아웃 딜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7일 생명과학사업본부 내 에스테틱 사업을 VIG파트너스에게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양도가액은 2000억원이다. LG화학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해당 사업을 매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수처리 필터(워터솔루션) 사업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1조4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 들어 수조원대의 카브아웃 딜이 잇따르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 3월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지분 56.2%를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1조5728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딜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국제기업결합과 심사를 받고 있으며, 심사 완료 후 곧바로 딜 클로징이 이뤄질 전망이다.

SK그룹도 카브아웃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한앤컴퍼니가 SK㈜로부터 SK스페셜티 지분 85%를 약 2조6000억원에 인수했으며, 4월에는 SK그룹 계열사 SKC의 종속회사인 SK엔펄스의 CMP패드 사업부를 3346억원에 인수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자산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를 위해 카브아웃 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업 효율성과 재무 건전성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카브아웃 거래 건수는 2022년 8건, 2023년 10건, 2024년 17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카브아웃 거래는 주요 대기업이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해 신규기업에 대한 투자나 인수 대신, 유동성 확보를 위한 구조조정과 자발적 사업재편 차원에서 비핵심 자산 매각을 본격화하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카브아웃 딜이 유행하는 건 PEF들의 가세도 한몫했다. M&A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PEF 입장에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유한 사업부를 인수해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 확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이 보유한 사업부는 브랜드 인지도와 운영 안정성이 뛰어나 인수 후 빠른 가치 상승이 가능해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카브아웃 거래 이후에도 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공개(IPO), 지분 인수 등 투자 유치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연관 사업을 추가로 인수하는 볼트온(bolt-on)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카브아웃 딜 수요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대기업의 카브아웃은 비핵심 사업 매각을 넘어 AI, ESG 등 변화에 대응한 포트폴리오 혁신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고금리 기조 속 재무 건전성 확보가 필수인 만큼, 초기부터 투자자와 매도인 간 신뢰 형성과 데이터에 기반한 가치 협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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