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개선조치 유명무실] 4년 연속 외면한 기업도…'명단 공개'만으론 실효성 한계

  • 반복되는 미이행…한국티씨엠·제이비씨 4년째 선정

  • 한국 성평등 지표 최하위권…제도 실효성 우려 제기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사진=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고용노동부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미이행 사업장 명단을 공개했지만 이 중 일부는 수년째 권고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단 공표라는 간접 조치만으로는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년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미이행 사업장 명단 공표'에 따르면 올해 개선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총 41곳으로 집계됐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는 공공기관과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대규모 기업은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여성 고용과 관리직 비율이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이들 미이행 사업장은 조달청 우수 조달 물품 지정 심사 시 신인도 평가에서 감점을 받고, 가족친화인증에서 배제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강도 높은 제재 대신 명단 공표를 통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이지만 최근 성과는 제한적이다. 미이행 사업장 수는 △2021년 30곳 △2022년 33곳 △2023년 43곳 △2024년 32곳 △2025년 41곳으로 매년 수십 곳 수준을 오가고 있다.

특히 올해 집계된 41곳 중 지난해 명단에도 포함됐던 사업장은 9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곳은 4년 연속, 1곳은 3년 연속, 6곳은 2년 연속 개선 권고를 받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이들 9곳 중 여성 관리자가 없는 곳은 7곳에 달했다.

4년 연속 미이행 사업장에는 한국티씨엠과 제이비씨가 포함됐다. 3년 연속 미이행 사업장은 동아운수였다. 지마린서비스, 계양전기, 드림안전씨스템, 굿모닝대양, 중흥토건, 한국지엠은 2년 연속 선정됐다.

해당 사업장 상당수는 운수업·건설업 등 여성 근로자 비중이 낮은 업종이지만, 전문가들은 업종 특성과 별개로 관리자 직군에서의 성별 불균형 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리적 노동이 중심인 직종이라도 인사·안전관리·품질관리 등 여성 진출이 가능한 관리직 기회를 넓히는 것이 제도의 취지라는 설명이다.

제도 시행 19년째에도 여성 고용·승진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으면서 각종 국제 지표에서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실제 한국은 2025년 기준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 지수'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국 중 28위다. 지난해까지 12년째 꼴찌를 기록하다 올해 한 계단 상승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구조를 가진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성별 임금격차 역시 1996년 OECD 가입 이후 매번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29.3%로 OECD 평균(11.3%)을 훌쩍 상회한다. 2위인 일본(22%)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구조가 지속될 경우 여성의 관리자 진출이 제한되고 경력 단절이 고착화될 수 있다. 승진 전망이 낮으면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경력을 이어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이는 인재 유출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해외의 경우 스웨덴은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기업에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하고, 프랑스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법적 성별 할당제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제재가 직접적인 행정·재정 불이익이 아닌 평판 중심의 간접 조치에 머물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명단에 올라도 조직문화나 인사 구조 개선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외국의 경우 공표 효과만으로 기업의 이미지와 소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한국은 직접 조치가 없으면 변화가 어렵다"며 "공표만으로도 바뀔 수 있는 기반 형성은 오래 걸리는 일인데 진전이 없으니 구체적인 강한 조치를 담는 정책 고민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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