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中으로 엔비디아 AI칩 유출한 혐의로 중국인 2명 기소

LA에 페이퍼컴퍼니 세운 후 싱가포르 등 제3국 경유해 중국으로 수출

엔비디아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세운 뒤 제3국을 경유해 수천만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을 중국으로 불법 유출한 혐의로 중국인 2명이 기소됐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중국 국적의 촨 겅(28)과 스웨이 양(28)을 2022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미 상무부 허가 없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등 첨단 칩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연방 요원의 선서 진술서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22년 미 정부가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캘리포니아 LA 엘몬테에 ALX 솔루션즈(이하 ALX)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2023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미국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컴퓨터에서 엔비디아 H100 칩 200여개를 구매하면서 고객이 싱가포르와 일본에 있다고 신고했다.
 
2023년 작성한 한 송장에도 구매자가 싱가포르에 있다고 적었는데, 싱가포르 현지 미 수출통제관은 해당 칩이 실제로 도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고 명시된 주소에는 회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미 당국은 ALX가 제3국을 환적지로 활용해 규제를 회피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ALX 발송 물품 20여건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운송업체를 거쳤다. 대신 지난해 1월 한 중국 회사로부터 100만 달러를 수령했으며, 홍콩과 중국 소재 다른 기업들로부터도 추가 입금을 받았다. 수사 당국은 이 업체들을 운송 대행업체가 아닌 실제 구매처로 파악했다.
 
이들은 엔비디아 H100 외에도 별도 허가가 필요한 PNY 지포스 RTX 4090 그래픽카드를 중국에 불법 수출한 혐의도 받는다. RTX 4090에는 엔비디아 칩이 탑재돼 있다.
 
H100은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HPC) 등에 폭넓게 활용되는 엔비디아의 주력 AI 칩이다. 미국은 2022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수출을 통제했으며, H100의 경우 출시 이전부터 중국 판매가 금지됐다.
 
엔비디아는 이후 성능을 낮춘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공급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 이마저도 제한했다가 최근 일부 판매를 재개했다.
 
엔비디아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밀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검증된 파트너를 통해서만 제품을 판매하고, 모든 거래가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유통된 제품에는 서비스·지원·업데이트가 제공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이 H100 칩을 구매한 슈퍼마이크로 측은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법적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으나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