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李 대통령의 '공직사회 혁신'...공허한 메아리가 안 되려면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김성현 AI부 차장 [사진=아주경제DB]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은 제2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공무원이 힘들면 국민은 편하고, 공무원이 편하면 국민은 불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무원의 1시간이 5200만 국민의 시간과 맞먹는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며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행정부 수장의 메시지로, 공직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도 공직사회의 변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한 기업이 정부 부처의 국가사업 발주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기자에게 제보한 일이 있었다. 조달청이 아닌 부처 산하 기관의 평가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양측의 입장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했고, 추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해당 부처의 고위 공무원이 “그 회사가 다시는 국가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보복성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발언은 해당 기업이 수주를 진행 중이던 다른 부처 관계자에게서도 전해졌다. 다시 곱씹어봐도 기업의 의문 제기는 정당했으며, 고위 공무원의 반응은 억울함을 넘어 자신과 관련된 문제가 공론화된 것 자체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다른 사례도 있다. 한 정부 기관은 수도권 데이터센터 송전선 허가와 관련해 “해본 적이 없다”며 사실상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는 ‘세계 AI 3강’ 목표를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필수적이다. 2030년까지 현재보다 4배 이상, 약 600개의 데이터센터가 추가로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며, 이를 지원하려면 고용량 송전선이 필수다. 현재 수도권 인근에서 5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건설 중이지만, 송전선 허가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상 송전선 설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천 매립이라는 대안을 제시했음에도, 해당 기관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고 있다.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동대문구 청년회의소 인근에서 술을 마시던 밤, 명품으로 치장한 5~6명의 젊은 청년 무리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강남 같은 물 좋은 곳 놔두고 왜 여기서 술을 마셔?”, “여기서 맥주나 한잔 하고 비싼 데로 가자”며 허세 가득한 대화를 큰 소리로 주고받았다. 이들은 이른바 청년 사업가로, 그날 청년회의소에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어진 대화였다. 이들 다수는 국가 연구사업이나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부모나 가족, 지인 등을 자랑하며 “전화 한 통으로 국가사업을 일사천리로 수주했다”, “허가를 즉시 받아냈다”고 뽐냈다. 술맛이 떨어졌지만 자리는 일어나지지 않은 날이었다.
 
국민이 느끼는 공직사회의 모습은 여전하다.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조력자지만,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거나 목을 조이는 존재다.
 
이재명 대통령은 도지사 시절부터 공직사회의 혁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특혜와 권력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대통령의 당부가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으려면, 감사와 감찰을 강화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무원이 편하면 국민이 불편하다”는 말은, 곧 “국민이 편하면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고 있다”는 역설로 이어져야 한다. 이제 공직사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