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1월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해법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핵 위협으로까지 번졌다.
관세 제재 카드를 꺼내든 미국의 종전 압박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지속한 가운데 러시아는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을 거론했고 미국은 핵잠수함 2대를 보냈다.
다만 오는 8일(현지시간)을 휴전 협상 기한으로 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각각 특사를 보낼 것으로 알려져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3일 새벽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앞서 2일에는 러시아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과 코라벨 지역을 잇는 다리가 파손됐다. 러시아군은 같은 날 오후 6시경 헤르손에 유도 폭탄 2발을 투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에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를 강타해 민간 주택이 파괴되고 공공 기반 시설이 손상됐다. 민간인 3명이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 위협’ 공방 속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도발적인 발언에 따라 핵잠수함 2대를 적절한 지역에 배치하도록 지시했다”고 적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대러 제재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전설적인 ‘데드 핸드’가 얼마나 위험한지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데드 핸드는 옛 소련의 핵 공격 시스템으로, 적의 공격을 받아 러시아 지도부가 무너졌을 경우 핵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됐다.
양측의 정면 충돌 양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 압박에 푸틴 대통령이 응하지 않으면서 촉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러시아를 향해 50일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도록 요구했다. 이후 같은 달 29일에는 종전 협상에 소극적인 러시아의 의지 부족을 비판하면서 이달 8일로 시한을 당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의 관세 부과, 러시아산 원유 수입 등 교역으로 간접 지원하는 국가에 대한 2차 관세 부과로 러시아를 압박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직·간접적으로 무기를 지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일 러시아 카렐리야공화국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의 목표는 변함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성 제재 예고를 사실상 묵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케이블 뉴스채널 뉴스맥스와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의견이 바뀌었는지 질문에 “그는 다루기 힘든 사람이지만 그렇게까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놀랍다. 이 문제를 끝낼 수 있었던 좋은 대화를 여러 번 나눴지만 갑자기 폭탄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아직 휴전 협상 중재에 손을 놓지 않은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포스트는 2일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키스 켈로그가 다시 키이우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에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파견된다. 위트코프 특사의 러시아행은 러시아 측이 이번 주 초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진에게 특사 파견이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그동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3차례 고위급 협상을 벌였지만 포로 교환 이상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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