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열전②] 점유율 격차 5%p…'선도자' KODEX와 '추격자' TIGER의 ETF 1등 경쟁

 
사진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사진=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용호상박(龍虎相搏)이다. 선도자와 추격자, 전통 명가와 신흥 명가의 자존심 대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양강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얘기다. 두 회사는 각각 ‘KODEX(코덱스)’와 ‘TIGER(타이거)’라는 ETF 브랜드로 시장을 양분 중이다. 국내 ETF 시장에서 두 브랜드 점유율 합계는 70%를 넘는다. '넘버 1'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도 뜨겁다. 신상품 출시, 수수료 인하 등에서 늘 맞붙는다. 때때로 점유율이 밀리는 순간 사령탑이 교체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띠기도 한다. 상품 개수만 1000개, 시장 규모만 220조원 넘는 ETF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선도자’ KODEX vs ‘추격자’ TIGER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은 '선도자'다. 2002년 ‘코덱스 200’을 내놓으면서 ETF라는 낯선 투자 수단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코덱스가 ETF 시장에서 맏형으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코덱스 레버리지’ ‘코덱스 인버스’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선도했다.
 
코덱스가 만든 시장에 2006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다. 타이거는 후발 주자답게 정통에 맞서는 혁신을 시도했다. ‘가치주’나 ‘중형주’처럼 주류에서 벗어난 시장에 주목하고 ETF를 단순한 지수 추종 상품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 도구로 해석했다. 2011년 ‘TIGER 중국소비테마’를 통해 국내 최초 테마형 ETF를 상장하며 상품 다양화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현시점에서 두 회사 점유율은 어떨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 ETF 순자산은 올 상반기 기준 81조2939억원, 시장점유율은 38.7%다.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순자산 70조5346억원에 점유율은 33.6% 수준이다. 고작 5%포인트 차이다. 
 
"뒤지면 안 된다"···치열한 자존심 대결
코덱스와 타이거, 두 브랜드는 서로 다른 철학과 전략으로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서로에 대한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 특히 2020년까지 ETF 시장점유율 50%를 웃돌며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삼성자산운용 점유율이 30%대로 축소되면서부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삼성자산운용 점유율을 빼앗아간 게 미래에셋자산운용이어서다. 2022년 4월엔 두 회사 주식형 ETF 순자산 점유율이 잠깐 역전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점유율 1%포인트 차이까지 좁히며 삼성자산운용 턱밑까지 추격했다.

치열한 라이벌 관계는 인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자산운용 ETF부문장 자리는 2022년부터 계속 1년 만에 바뀌고 있다. 지난해 말엔 3년간 자리를 지키던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신임 ETF부문장에 블랙록 출신 박명제 본부장을 영입했다. 미래에셋증권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 속에 김남기 운용부문 대표가 5년 이상 자리를 지키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ETF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점유율 하락을 잦은 인사의 배경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의) 이전 부문장 성과가 나빠서가 아니라 더 잘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수수료 전쟁까지…전방위 확전
양사는 올해에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점유율 경쟁이 곧 생존 경쟁이자 미래를 건 싸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사 간 ‘수수료 전쟁’은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먼저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월 ‘TIGER 레버리지·인버스’ ETF 운용보수를 경쟁사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인하했다. 그러자 삼성자산운용은 하루 만에 응수했다. 미국 S&P500과 나스닥100 ETF 보수를 추가 인하한 것이다.

상반기 수수료 인하전 승자는 삼성자산운용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이 연말 38.2%에서 6월 기준 38.7%로 상승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점유율은 같은 기간 36.1%에서 33.6%로 2.6%포인트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ETF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를 위한 마케팅과 가격경쟁이 과열되는 경향이 있다”며 “브랜드 경쟁이 시장 성장을 이끈 것도 맞지만 차별화보다는 소모전에 가까운 흐름도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전략 측면에서도 두 회사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고배당 ETF의 포트폴리오를 대형 우량주 위주로 재정비했다. 퇴직연금 전용 ETF 상품인 TDF 시리즈도 빠르게 라인업을 확장하며 장기 투자 수요 확보에 나섰다.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확장과 실험에 더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자회사 ‘글로벌 X’와 협업해 글로벌 ETF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선 다양한 테마형·액티브 ETF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데 이어 퇴직연금 시장에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차별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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