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비 대출 규제로 정비사업지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주비 대출이 6억원으로 한정돼 조합원들은 이주비 마련부터 걱정해야 하고, 시공사는 추가 이주비 대출로 부담이 늘게 되면서 사업 지연 등으로 주택 공급마저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30일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7일 올라온 ‘금융위원회의 이주비 대출 규제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요청에 관한 청원’에는 이날 기준 1만6505명이 동의했다. 정비사업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이 6억원으로 한정되면 서울에서 전셋집 구하기도 어렵다고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첫 단추인 이주부터 차질을 빚게 돼 철거와 착공 등 사업의 연쇄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일괄적인 이주비 규제는 공급 감소 국면에서 정비 사업에 대한 다른 규제와 맞물려 특히 사업 속도에서 더욱 차질을 빚게 한다”며 “개별 사업장 상황이나 단계 별로 예외적인 사항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 수준의 이주비 규제가 계속되면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다른 지역 역시 결국 주택 공급 감소 효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유관협회들도 획일적인 이주비 대출 규제에 대한 완화 필요성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6.27 대책 발표 전 이주비 대출 규제가 주택 공급에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바 있다. 최근 공급 속도전에 드라이브를 건 서울시 역시 이주비 대출에 대한 예외 사유를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관련 협의에도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 유관 협회들도 정비사업장마다 이주비 대출 제한으로 인한 부작용과 파급력이 다른 만큼 보다 세심한 제도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도 최근 국토교통부를 통해 이주비 대출 규제를 보다 탄력적으로 조정해 줄 것을 금융당국 등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현재도 분담금 때문에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자 비용 때문에 분담금이 더 늘어나게 되면 공급 차질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건설협회 역시 두 차례에 걸쳐 이주비 규제에 대한 예외 적용과 관련한 의견을 당국에 구두로 전달한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끝낼 규제는 아니기 때문에 공급 측면에서 현행보다는 아무래도 위축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사업자 대출로 시공사 부담이 늘게 됐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등은 정비사업 내 '1+1 분양' 신청 조합원에 한해서는 다시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예전처럼 사업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사업장 내 1+1 분양 물량도 제한적이다.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도심 재정비 사업은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 이주비 제한이 신속한 공급을 어렵게 하는 제약이 될 수 있어 유연한 정책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이주비 대출 규제의 파급 효과는 향후 주택 공급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중소·중견 건설사 보호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건설사 리스크 분담을 해주는 전제로 공적보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한다거나 예외적으로 공적 금융 등 유동성 지원을 확대하는 안이 이주비 규제와 병행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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