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규제 초반에는 문의 전화가 줄었지만, 다시 분위기를 살피려는 매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호가를 올려서 내놔도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격 조정보다는 현금 없는 수요자만 시장 진입이 차단된 것입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A공인중개사)
정부가 지난 6월 27일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일괄 6억원 상한 조치 이후 한 달여가 지난 가운데 고가 아파트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실수요자가 아닌 자금력 있는 현금 부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KB국민은행의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 14일 조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대비 1.28% 오른 14억572만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통계발표 이후 지난 4월에 처음으로 13억원을 넘어선 지 3개월 만이다.
KB부동산의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서울 5분위(상위20%)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32억1348만원을 기록하며 한 달 만에 32억원을 돌파했다. 서울의 경우 하위 20%를 의미하는 1분위는 4억9192만원이다. 1분위와 2분위는 전달보다 107만원 올랐고, 3분위는 1235만원, 4분위는 3456만원, 5분위는 6929만원 오르면서 양극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국의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 가격 차를 의미하는 5분위 배율은 12배를 기록, 통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5분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하위 20%(1분위)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집값 양극화가 심하다는 의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금 동원력을 가진 매수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사려는 움직임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주담대 '6억원 한도'와 전세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사실상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만 막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신고가가 계속 나오는 현상도 '똘똘한 한 채' 매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주공아파트 5단지 전용면적 76.5㎡는 지난 11일 41억77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이뤄지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잠실 엘스' 전용면적 59㎡도 지난 10일 3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썼고, 12일에는 84㎡가 34억3000만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중개·분석업체 집토스가 6·27 부동산 대책 전후 한 달간 아파트 시장의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20억원 초과 아파트는 매매가 대책 이전 한 달 대비 85.8% 급감했지만 신고가 비율은 66.1%로 모든 가격대 중 가장 높았다. 이 가격대의 아파트 3건 가운데 2건이 신고가를 경신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 확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봤다. 단기적인 금융 규제보다 정비사업 인허가 절차 간소화, 세제 개편 등이 병행돼야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번 규제하에서 양극화 심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대출 규제를 하면서 현금이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법은 결국 공급 확대에 있다"며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등 세제 개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