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월 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마감 시한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이 주요 교역국들과 잇따라 협정을 체결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들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경고한 후 협상에 속도를 내 왔다. 이에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유럽연합(EU) 등은 미국과 무역 협정 체결에 성공했으나 한국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최근 ‘2+2 한미 고위급 회담’도 무산되면서 한국의 협상 시계는 더 촉박해졌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는 25일 미국 무역대표부 제이미슨 그리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은 베선트 장관의 ‘긴급 일정 충돌’을 이유로 이메일을 통해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예정된 회담을 위해 대기했으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호출로 급히 회담을 취소됐던 바 있다.
현재 미국은 한국 측에 대해 총 4000억 달러(약 550조원) 규모의 투자 확대, 에너지 수입 증대, 디지털 규제 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은 1000억 달러 투자안과 농산물 수입 규제 완화를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모습이다.
앞서 일본은 미국산 쌀·자동차 수입 확대 및 5500억 달러(약 77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15% 관세에 합의했다. 따라서 일본의 합의로 인해 한국의 협상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은 이미 미국의 최대 투자국으로 매년 약 25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하고 있다”며 “추가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국이 ‘양적인 투자’보다 산업 경쟁력과 전략 분야 중심의 ‘질적인 투자’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스탠가론 연구원은 “한국은 일본보다 더 강력한 반도체 산업과 조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의 양이 아닌 질로 협상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이 포함하지 않은 원자력·방위산업 분야의 협력이 협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는 26일 대미 무역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으며 내달 1일 전까지 고위급 회담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도 “한국과의 생산적 협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H.W. 부시 재단의 이성현 박사는 “이제 초점은 협상이 성사될 것인가에서 최종 조건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로 이동했다”라며 협상 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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