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SO) 산업이 단순한 경영 위기를 넘어 '구조적 붕괴 직전'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통적 수익원인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광고 등 매출이 해마다 감소하는 반면, 콘텐츠 사용료와 재송신 비용 등 필수 지출은 크게 늘고 있어 산업 전반이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21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용희 선문대 교수는 구조적 한계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생태계의 중심축인 SO가 무너지면 콘텐츠 유통과 광고 시장, 제작 기반 등 미디어 산업 전반에 연쇄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정책 개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실제 주요 지표를 보면, 수신료 매출은 2015년 9386억원에서 2024년 5,719억원으로 39.1% 줄어들었다. SO 전체 매출 감소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광고 수익 역시 각각 8.1%, 22.8%씩 줄었다.
반면 재송신 비용은 2017년 대비 38.5% 급증했다. 콘텐츠 사용료는 전체 방송 프로그램 관련 비용의 80.4%를 차지해 수익성 악화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2015년 4367억원이던 SO 산업 전체의 영업이익은 2024년 149억원으로 96% 넘게 급감했다. 업계 38개 SO는 이미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법·제도적 부담도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SO업계는 총 250억원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으로 납부, 이는 영업이익의 168%에 달한다. 적자인 SO도 예외 없이 95억원을 분담하는 구조적 불합리 역시 지적된다.
실제로 2024년 SO 산업은 전체 매출 규모 속에서 250억원을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납부했으며, 이는 영업이익의 168.4%에 달하는 수준이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38개 사업자조차 95억원을 분담하며 수익성과 무관하게 기금이 부과되는 구조적 문제가 거듭되고 있다. 김 교수는 “케이블TV 산업이 이익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SO는 전국 단위의 이원 인프라(RF+IP)를 갖춘 유일한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지역 균형 발전과 미디어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인 만큼 산업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도 정책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김 교수는 산업 생존을 위한 2025년 방발기금 감면, 유동성 지원 등 긴급 구조조정, 2026~27년 기금 체계·편성권 개편 등 구조개혁, 2028년 이후 SO-OTT 융합 및 지역 미디어 전환 등 재도약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SO는 지역 기반 미디어로서 재난 정보 제공, 지역 콘텐츠 제작 등 공공적 기능도 수행해왔다”며 “단순한 민간 사업자 이상의 사회적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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