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1일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 전 대표에 대한 조사는 김 여사 연루 의혹 전반을 본격적으로 겨냥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57분경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변호인 없이 지인을 동행하고 취재진의 시선을 피해 건물 옆문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표는 1차 주가조작 주포로 지목된 이정필씨로부터 8000여만원을 받고 “김 여사나 VIP(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말해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고 말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이러한 발언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19일 그의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시기(2010~2012년)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을 주도한 인물로,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가 당시 시세조종에 사용됐다는 법원 판단과도 맞물린다. 그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임성근·조병노 전직 판사 구명 로비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다수의 사건에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특검은 이 전 대표 조사 외에도 두 갈래의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김 여사에게 부정한 청탁이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진법사 사건’과 관련해 통일교 서울본부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특검팀은 앞서 18일 통일교 서울본부와 경기 가평의 본부, 통일유지재단 등 교단 시설을 전방위로 압수수색한 바 있으며, 이번 2차 압수수색은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수사팀은 2022년 4월부터 수개월간 전성배(일명 건진법사) 씨가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선물과 함께 교단 현안을 김 여사에게 전달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청탁 대상으로 거론된 메콩강 개발,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유치 등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고 있다.
같은 날 소환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에 대한 조사는 또 다른 의혹인 ‘집사게이트’와 관련돼 있다. 류 대표는 오전 9시 52분께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으며,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당초 이날 출석 예정이던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일정을 미뤘으나, 현재까지 명확한 출석 일정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특검은 김 여사의 오랜 집사로 알려진 김예성씨가 참여한 IMS모빌리티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계열사들이 거액을 투자하게 된 배경을 조사 중이다. 해당 업체는 당시 자산보다 부채가 2배 이상 많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184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이 중 46억원이 김씨에게 유입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특검은 양사가 당국의 제재나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던 시기에 김씨와 김 여사와의 관계를 의식해 ‘보험성’ 자금 제공을 한 것이 아닌지 수사 중이다.
또한 IMS 구주 일부를 사모펀드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고가에 매입해 김씨가 실질적으로 ‘엑시트’에 성공했다는 구조도 추적하고 있다. 이 펀드는 김씨의 차명회사로 의심받는 이노베스트코리아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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