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오는 24일 2분기 역대급 실적 발표를 앞두고,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나오면서 하반기 반도체 사업에 대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는 매출 20조4626억원, 영업이익 8조9451억원이다. 이는 전분기(7조4405억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자, 전년 동기(5조4685억원) 대비 약 64% 증가한 수치다.
AI(인공지능) 반도체용 메모리인 HBM 시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올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전체 D램 이익의 54%를 HBM에서 거뒀다. 특히 고성능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고부가 제품이라는 점에서 수익성 기여도가 높다. 2분기 역시 마찬가지다. HBM3E 12단 제품의 안정적인 출하 덕분에 가격이 높은 최신 제품의 비중이 늘며, 제품 믹스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다만 핑크빛 전망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찬물을 끼얹었다. 골드만삭스가 전날 발표한 SK하이닉스 심층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HBM 가격 하락은 피할 수 없고, 가격 결정권이 제조사에서 엔비디아 등 고객사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다. SK하이닉스의 독주체제가 끝나고 HBM 호황도 끝날 것이란 얘기다.
역대급 실적 예고에도 골드만삭스의 투자의견 하향 조정에 200조원을 넘었던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19조3000억원이나 증발하기도 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앞서 JP모건은 SK하이닉스의 2027년 영업이익을 60조3070억원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간 굳건했던 HBM 호황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면서 업계도 시장 상황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반도체주에 충격을 안겨 줬던 '모건스탠리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작년 9월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다가온다'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3.85%나 떨어뜨린 바 있다. 여기에 투자 의견도 비율 '확대'에서 '축소'로 한 번에 두 단계나 내렸다. 이후 모건스탠리는 올해 3월 반도체 업황이 장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15만원에서 23만원으로 크게 상향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SK하이닉스에 대한 골드만삭스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HBM을 탑재한 중국용 AI 반도체 판매 재개 논의, 엔비디아를 제외한 HBM 수요 비중이 올해 34%에서 내년 4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고객사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HBM 공급업체들에 우호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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