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명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밀매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며 강경한 마약 정책을 꺼내들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미국에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유통하는 중국인들을 “사형에 처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반면 펜타닐 대처 예산은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펜타닐 처벌 강화 법안 서명식에서 “중국에서 펜타닐을 만들어서 우리나라로 보내는 사람들에게 사형이 내려질 것이다. 난 그게 곧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멕시코나 다른 나라를 통해 미국에 펜타닐을 많이 보내고 있다면서 중국이 펜타닐로 미국에 끼친 피해를 배상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중국에 20% 관세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임기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펜타닐 규제에 합의했지만 이후 정권이 바뀌며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합의는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고 미국 유입에 관여한 이들을 중국 법률에 따라 최고형인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유통되는 펜타닐을 차단하기 위해 당시와 같은 합의를 중국과 다시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서명된 ‘펜타닐의 치명적인 밀매를 모두 중단하라’라는 이름의 법안은 펜타닐 관련 물질 전부를 마약과 동등하게 규제하고 취급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펜타닐이라는 재앙이 건드린 모든 가족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역사적인 발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서명식에는 펜타닐 중독으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참석해 고통을 토로했다.
펜타닐 대응 예산은 삭감 위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대외 메시지와 달리 정작 미국 내에서는 펜타닐 대응 예산이 대규모로 지연되거나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 중독 대응 사업인 ‘의약품 과다복용 자료‧행동 프로그램(OD2A)’에 배정된 약 1억 4000만 달러(약 1900억원)의 보조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삭감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버몬트주 보건당국은 CDC로부터 예산 지연 및 삭감 가능성을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보스턴시도 “정식 통보는 없었지만 잠재적 영향을 평가 중”이라고 밝혔다.
CDC 직원들은 NPR에 “이 자금이 없으면 각 지역 보건 당국은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하거나 직원들을 해고해야 할 수 있다”며 “사실상 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효율화 부서(DOGE)와 예산관리국(OMB)이 비용 절감 정책의 일환으로 OD2A 예산을 재검토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CDC 내부 회의록에 따르면 DOGE 측의 평가 기준은 불투명하며, 관련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대응 체계 붕괴로 치명적인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확대한 중독 치료 및 감시 체계가 최근 들어 효과를 보이며 사망자 수가 감소하는 추세였다. CDC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3년 8월 연간 기준으로 11만 4000건이 넘던 약물 과다 사망은 2025년 1월 기준 8만 2000건으로 감소했다.
키스 험프리스 스탠퍼드 대학 약물 정책 교수는 “우리는 지금 마약 실태 파악을 위한 감시망조차 잃고 있다”며 “무엇이 거리에서 팔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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