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에도 동남아에 고율 관세 발표...中 우회 수출 겨냥했나

  • 중국, 대미 수출 급감한 반면 아세안 수출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블루룸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 참석한 모습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블루룸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찬 자리에 참석한 모습.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을 상대로 관세 서한을 보낸 가운데 또다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최고 40%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를 경유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는 것을 차단하고,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공급망을 통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관세 서한에 따르면 전체적인 관세율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관세보다 대체적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가장 높은 관세가 부과된 것은 동남아 국가들이다. 일례로 라오스와 미얀마는 이번에 가장 높은 관세인 40%를 부과받았다. 이들은 지난번 상호관세였던 각각 48%, 44%에 비해 관세율이 낮아지기는 했으나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또한 캄보디아(49%→36%), 방글라데시(37%→37%), 태국(36%→36%), 인도네시아(32%→32%) 등도 모두 관세가 종전에 비해 하락 및 유지됐지만 다른 아시아 및 유럽,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높은 관세가 부과됐다. 말레이시아는 오히려 종전보다 1%포인트 오른 25%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에 동남아 6개국(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평균 관세율은 4월 통보된 38.83%에서 다소 하락한 34.83%로 조정됐다. 하지만 여전히 3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남아 이외 국가들의 평균 관세율(28.75%)보다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상호관세에 이어 이번에도 동남아 주요 국가들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은 동남아를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드니 소재 금융서비스업체 AT 글로벌마켓의 닉 트위데일 수석 시장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을 지목해 양국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겨냥한 관세 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이로 인해 아시아 통화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FT는 “중국 기업들이 대미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를 경유한 우회 수출을 늘리고 있다”며,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한 트럼프 1기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미국 통계 당국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3% 급감했지만, 같은 기간 아세안(ASEAN)으로의 수출은 15% 증가했다.

컨설팅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중국산 제품 약 34억 달러가 베트남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됐다”고 밝혔고, 인도네시아 경유 수출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대베트남 전자부품 수출도 1년 전보다 54% 급증했다.

이에 미국은 지난주 무역 협정을 체결한 베트남에는 20%의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중국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환적 상품에 대해서는 그 2배인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무역 흐름은 반도체 및 AI 칩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말레이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패키징 및 데이터센터 운영이 중국산 고성능 칩 우회 경로가 되고 있다고 판단, 말레이시아 및 싱가포르에 대해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미국 엔비디아(NVIDIA)의 고급 AI 칩이 싱가포르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운송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싱가포르에서는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미국 측 요청에 따라 수입 품목에 대한 정밀 조사를 약속한 상황이다.
 
미국 상무부는 AI 반도체 공급망 차단에 주력하면서도, 상당수의 반도체 기업들이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시설에 패키징, 테스트 등 핵심 공정을 위탁하고 있어, 공급망 혼란을 막기 위한 ‘조건부 허용’ 조건도 포함될 전망이다.
  
인터치 캐피털 마켓의 숀 캘로 수석 분석가는 “미국은 일부 교역국들에만 협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며 “이는 인도네시아의 루피아(IDR), 말레이시아 링깃(MYR), 태국 바트(THB) 등의 통화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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