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투자자의 왕성한 수요와 대만달러(TWD) 강세를 등에 업고 대만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만 ETF에는 190억 달러(약 26조 원)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아시아 지역 내 최다 규모로, 한국과 중국 ETF 자금 유입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유입은 대만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실제로 올해 대만 증시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 주가가 작년과 달리 지지부진한 가운데 외국인 자금이 30억 달러 순유출되며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많은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증시 대표지수인 가권지수(Taiex)는 약 2% 하락에 그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여기에 대만달러 강세까지 더해지며 현지 통화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졌고, 미국 자산을 팔고 대만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셀 아메리카’ 현상도 확산하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만달러 환율은 작년 말 1달러당 32.8대만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28.9대만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는 해당 기간 중 대만달러 가치가 12%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에디 청 캐세이증권투자신탁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만 주식 ETF는 시장이 조정받을 때 오히려 자금 유입이 늘어난다”며 “현지 투자자들은 저가 매수를 선호하고, 최근엔 미국 달러 자산에서 대만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ETF 투자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만 최대의 주식 ETF에는 올해 들어서만 62억 달러가 유입되며 아시아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렸다. 줄리안 리우 유안타증권투자신탁 회장은 “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가권지수와 반도체 업종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며 “이러한 신뢰가 현지 ETF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ETF 시장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지난해 ETF 시장 전체 자산은 6조4000억 대만달러(약 220조 원)로 전년 대비 64% 급증했다. 아시아 내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로, 주식형과 채권형 ETF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만 ETF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시니어 애널리스트 레베카 신은 “대만은 소매 투자 시장이 성숙하고 투자자 수준이 높아,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ETF 시장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규제 당국도 ETF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대만과 일본 간 ETF 교차 상장을 허용하면서, 양국 증시에 동시 상장된 ETF 거래를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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