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인범 부산 영화의전당 대표 "부산만의 겨울 야외 축제로 새 바람 일으키겠다"

  • 배우에서 문화 경영인으로 새로운 도전

고인범 영화의전당 대표사진박연진 기자
고인범 영화의전당 대표[사진=박연진 기자]
“부산 영화의전당은 단지 스크린을 비추는 공간이 아닙니다. 시민들의 일상이 문화로 빛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부산 영화의전당 고인범 대표이사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열정이 담겨 있었다. 2025년 1월 취임한 고인범 대표는 최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고 대표는 ‘배우에서 공공기관 수장’으로 변신한 그의 이력 못지않게, 영화의전당을 향한 뜨거운 사명감과 경영 철학을 진중히 풀어냈다.

“적자가 문제냐고요, 그건 결과일 뿐입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에서 적자를 따지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고인범 대표는 부산영화의전당이 가진 만성 적자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영화의전당의 가장 큰 문제를 ‘재정 운용의 구조적 제약’으로 진단했다. 대부분의 행사는 큐레이터와 공연팀이 운영하지만, 실질적인 예산 자율권은 없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굵직한 행사조차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 대표는 “우리는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수익금 일부만 가져오는 구조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는 전당 전체를 무료로 내주면서도,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정관상 돈을 받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직을 바꾸는 힘, '소통'에서 시작하다
고 대표의 경영 철학은 ‘실행형 리더십’에 방점을 찍는다. 그는 리포터와 배우로 쌓아온 40년 경력에서 비롯된 친화력으로 조직 내 소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고인범 대표는 취임 이후 조직 분위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섰다. 그는 직접 도시락을 챙기고, 직원들과 셀카를 찍으며 거리감을 좁혔다. 고 대표는 "2년 동안 대표실 문턱도 못 넘은 직원이 있더라. 그래서 먼저 다가가 회의실에 도시락을 차려놓고 격 없이 대화했다"고 말했다. 또, 사무실 한편에는 ‘초심’이라는 족자를 걸어두고 스스로를 늘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취임 이후 100일 동안 고 대표는 내부 회의체계 개편과 소통 방식 전환에 집중했다. 부서별 업무공유, 아이디어 발표회, 주간회의 체계 정비 등은 구성원 간 신뢰 회복의 신호탄이 됐다.

고 대표는 “조직의 변화는 탑다운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하 출입구 개선 아이디어’처럼,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까지 참여하는 구조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며 소통 철학을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된 ‘AI 영화제’에 대해 고 대표는 현실적인 입장을 내놨다. “AI 영화제는 시상만 하되, 상금은 없다. 시나리오 한 줄만 바꿔도 영화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지금은 저작권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며 AI 기술 활용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창작과 기술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는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도구인 건 맞다. 그러나 예술은 인간의 감성과 맥락이 만들어내는 결과다. 그 균형을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부산만의 겨울, '시네마 빌리지'로 빛난다
고인범 대표는 부산의 겨울을 대표하는 새로운 야외 축제를 준비 중이다. 그는 “옛날 크리스마스 빌리지처럼 ‘시네마 빌리지’를 조성해 영화 속 명장면과 음식을 테마로 한 겨울 축제를 열고 싶다”며 “부산 겨울의 자연스러운 날씨에 맞춘 야외 행사가 시민들에게 더 잘 어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백만 원을 들여 인공 스케이트장을 만드는 것보다, 부산의 겨울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에서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가 필요하다”며 “야외에서 만두를 먹고, 영화 속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영상, 그리고 예술 문화 콘텐츠로 겨울을 채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억지로 춥게 만들거나 비싼 시설을 들이는 대신, 부산만의 겨울 풍경과 분위기를 살리는 축제로 발전시키겠다”며 “이 축제를  부산을 대표하는 겨울 문화 콘텐츠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각종 평가에서 부산시 산하기관 특히 부산 영화의전당의 낮은 평가 등급에 대해서 "산하기관 평가 등급이 낮다는 건 나도 잘 안다. 내가 있는 동안 한 단계라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D등급 받았다며 자존심 상해 하더라. 내년에는 반드시 등급을 개선하겠다. 시민 눈높이에 맞는 기관으로 바꿔 놓겠다"고 강조했다.

배우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는 "리포터 생활 20년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누구나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오히려 직원들과 더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도 있고, 셀카도 찍고, 사인도 해주는 등 친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시민과 직원, 영화와 더 가까워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쁘고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장 보람찬 시기이기도 하다"며 "영화의전당이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화와 예술이 시민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그 일상이 도시의 자산이 되는 곳. 고인범 대표가 만들어가고 있는 영화의전당의 미래는 그렇게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빛'을 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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