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새 정부 가야 할 대외정책 기본방향은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양보 없는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가진 비공개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쌍방의 관세율을 115%씩 90일간 잠정 인하하는 진전을 이뤘다는 발표가 있었다. 중국과 미국 간의 관세전쟁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연간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데도 있지만, 패권을 둘러싼 양국 사이의 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두 나라가 무역, 기술, 안보,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충돌해 온 것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국의 거부감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이는 종종 기존 패권국의 두려움과 신흥 강대국의 부상이 충돌할 때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이라는 분석으로도 설명된다. 냉전 종식 후 미국과 중국은 협력과 경쟁을 병행해 왔으나 중국의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은 미국의 견제를 불러일으켰다. 양국의 갈등 분야는 최근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으로 옮겨진 양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 굴기를 막는 방편으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과 대만의 안보 문제도 양국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점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을 견제하는 방편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미·중 갈등은 양국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정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부정적이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불러올 수도 있으며, 첨단 기술공급망에서 기업의 어려움은 물론 남북 관계와 함께 한반도 평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출범할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미·중 갈등에서 어떤 외교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가? 미국은 한국과 정치·경제·군사 등 분야에서는 물론 민간 차원에서도 높은 수준의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의 최상위 우호 단계를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적 동맹관계’인 국가가 미국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역사적 갈등 관계를 유지해 오기도 했지만, 중국은 경제 분야를 포함해 대북한 영향력 면에서 밀접한 관계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다. 한국이 대외정책의 핵심을 한·미 동맹 강화에 치중했을 때 중국과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따라서 양국 사이의 갈등으로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 사이에 한국은 앞으로 대외정책의 기본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그 답은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의 모색이다. 말은 쉬우나 실제 추진에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시종일관 굴종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이로써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기업에 어려움을 가중했다. 이는 균형 외교는 물론 국익을 위한 정책과도 거리가 멀다.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First)'를 넘어 '아메리카 온리(Only)'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자국의 이익을 저버리면서까지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것은 필히 재고해야 할 일이다. 한국의 대외정책 실천 과정에는 중국과의 협력을 배제할 수 없다. 경제는 물론 남북한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전략의 추진을 제의하고자 한다.
 
첫째, 미국 중심의 전략 추진을 지양하는 것이다. 미국의 요구를 적절히 조절하면서도 중국과 안정적인 경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전략이 미국이나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만족하는 자국 이익 중심의 정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중국 경제 관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외교. 한·미 동맹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자주적 외교 공간을 최대한 크고 넓게 가져갈 수 있는 외교가 요구된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줄 것을 기대하나, 그것이 한국의 경제적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면 고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삼불원칙’을 내세운 바 있다. 이 원칙은 추가적인 사드 배치 중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불참여, 한·미·일 군사 동맹 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확립하면서도 한·중 관계의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중 어느 나라에도 편승하지 않고 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전략, 이른바 '밀당 전략(play hard to get strategy)'을 구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안보 이슈에는 철저히 중립을 기하는 한편 무역, 기술, 인권 등의 문제로 인한 미·중 갈등에는 철저히 국익에 중점을 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세 협상에서 보았듯이 미·중 간 경쟁과 견제의 근본적인 구도는 지속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자국을 위한 협력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유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실리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다. 작금의 국제질서는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가자 전쟁, 기후변화와 전 지구적인 에너지 위기 등으로 국제사회가 도전을 받는 가운데 많은 국가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냉전형 패권 외교에 편승하거나 이념형 외교로 자국의 이익을 도모하는 시대는 지났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슬로건도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요체다. 미국부터 철저한 자국 이익에 앞장서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더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더는 일방적인 방어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도 남지 않는가?
 
셋째, 외교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는 효율적 방법은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통해 새로운 경제 협력 국가를 확보하고,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자주의적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아세안, 유럽연합, 인도, 호주 등과도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외교적 공간을 넓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킴으로써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이제 새 정부 출범이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부디 균형 외교와 다변화한 실리 외교를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굳건하게 나아가길 기대한다.



필진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