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한류붐 타고 온 외국인 유학생 …개방사회 만든다

이병종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이병종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이젯(Iseut)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프랑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처음에는 일본 문화에 매료되었지만 곧 한국, 특히 '아름다운 언어 한글'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13인조 보이그룹 슈퍼주니어의 열렬한 팬이 되면서 한국 문화에 더욱 빠져들었다. 이 같은 열정은 결국 그녀를 한국으로 이끌었고, 처음에는 어학연수생으로, 이후에는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공부하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하고 공부한 끝에, 올여름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을 예정이며,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그녀의 제2의 고향이 되었다.
이젯은 지난해 한국 대학에 등록된 약 21만명의 외국인 유학생 중 한 명이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5%나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유학생 수는 다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현재 전체 대학생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한국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Study Korea Project'를 시작한 이후, 유학생 수는 거의 20배나 증가했다. 한양대, 경희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에는 각각 수천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수가 3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급증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K-팝, K-드라마 등 한국의 역동적인 대중문화에 끌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다. 초기의 호기심은 점차 한국어, 한국 역사, 사회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발전한다. 게다가 국내 대학들은 정부의 물가 억제 정책으로 인해 16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어려워진 재정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열 올리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대학 진학 연령대의 인구가 급감했다. 대학 입학 가능 인구는 2000년 60만명 이상에서 현재 약 31만명으로 줄었으며, 2039년에는 20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국인 유학생 수의 증가는 여러 문제를 동반한다. 가장 빈번히 지적되는 문제는 언어 장벽이다. 한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일정 수준 이상을 획득해야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해 한국어 강의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수업의 질 저하로 이어져 한국인 학생들과 교수들의 불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 학생들을 위한 영어 강의는 극히 제한적이다.
또한, 공부보다는 일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일부 유학생들에 대한 우려도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주당 최대 30시간까지 아르바이트가 허용되지만, 일부는 이를 초과하여 불법으로 풀타임 근무를 하기도 한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약 17%의 외국인 유학생이 불법 체류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노동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에 정부는 유학생 유치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대학에 대해 3년간 외국인 유학생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도 불만이 많다. 특히 개발도상국 출신 학생들은 한국 사회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 2~4년 거주한 중국인 유학생의 41%가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고 답했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중 처음 1년 동안 부정적 감정을 느낀 비율은 28%지만, 3~4년 차에는 57%로 급증한다.
은행 계좌 개설이나 휴대폰 개통 등 일상적인 행정 절차도 큰 불편을 초래한다. 한국 주민등록증이 없는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졸업 후 한국에 남고 싶어하는 유학생들에게 더 큰 문제는 취업이다. 치열한 취업 시장과 언어 장벽 때문에, 많은 유학생들은 졸업 후 정식 취업에 실패한다. 결국 한국에 남기 위한 다른 방법은 한국인과 결혼하는 것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외국인 유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여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 정부와 협력하여 지역 일자리를 알선하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시점에 한국이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중국 유학생의 경우 문호가 좁아지는 미국 대신 한국을 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재정난에 처한 대학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한국인에게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글로벌 관점을 제공한다. 또한, 이들의 존재는 한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보다 개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외국 유학이 어려워지는 현실에서 유학을 희망하는 한국 학생들이 안방에서 국제적인 교육을 받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필자의 수업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필자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중 약 20%가 외국인 학생인데, 이들을 통해 한국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시야를 넓히고 있다. 최근 한 한국인 학생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유학 온 것 같은 기분"이라며 기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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