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외국인 노동자 '이랏샤이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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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4-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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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취업 문턱 낮춰 '외국인 노동자 200만 시대' 열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노동력 부족 현상이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동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업종만이 아니라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면서 고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종에서도 우수 인재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력 부족은 단순히 노동조건이 열악한 몇몇 업종의 미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 여부를 가름하는 거시적인 문제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면서 기업 파산의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직원 채용 불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건설, 노인돌봄서비스(개호), 음식, 숙박, 농업 등 내국인이 꺼리는 업종에서 특히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력 활용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하는 '외국인 고용 상황'에 관한 통계를 보면 일본의 외국인 고용은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계속 증가하였고, 특히 2023년 10월 시점에서는 외국인 노동자가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하였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는 2008년 48.6만명에서 2018년 146만명, 그리고 2023년 204.8만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해 왔다. 지난 15년 사이 일본에서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 규모가 4배나 증가한 것이다. 2023년의 증가세는 이전에 비해 훨씬 가파르다는 특징도 나타났다. 즉 전년 대비 증가율은 12.4%로 2022년의 5.5%에 비해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코로나 팬데믹에 기인한 기저효과일 수도 있으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가 반영된 것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외국인 노동자의 국가별 구성을 보면 베트남이 25.3%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중국 19.4%, 필리핀 11.1%, 네팔 7.1% 순으로 이어진다. 이 네 나라가 일본 외국인 노동자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중국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그 비중이 하락한 반면, 외국에서의 노동 수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가장 많이 증가한 국가(증가율 순위)를 보면 인도네시아 56.0%, 미얀마 49.9%, 네팔 23.2%를 보여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심으로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구성이 바뀌어 가고 있음이 확인된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일본의 사업소 수는 약 31.9만개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으며 증가율 또한 2022년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55.2만명, 기타 서비스업이 32.1만명, 도소매업이 26.4만명, 음식·숙박업이 23.4만명, 건설업이 14.5만명, 의료복지가 9.1만명이다. 2023년에는 건설업에서 증가율이 24.1%로 가장 높았고 의료복지업 증가율이 22.2%로 그 뒤를 이었다.
외국인 노동자 수를 재류(체류) 자격별로 보면 ‘신분에 기초한 재류 자격’이 61.6만명(30.1%)으로 가장 많고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재류 자격’이 60만명(29.1%), ‘기능실습’이 41.3만명(20.1%), ‘자격 외 활동’이 35.2만명(17.2%)이었다. ‘신분에 기초한 재류 자격’이란 일본인과 결혼하는 등의 신분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며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재류 자격’은 엔지니어나 언어능력 등을 활용하여 취업하고 있는 외국인이다. ‘기능실습’이란 기능을 전수받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며 ‘자격 외 활동’은 예를 들면 유학비자를 가진 학생이 아르바이트 등 취업을 하기 위해 취득하는 허가이다. 따라서 순수하게 취업을 목적으로 재류자격을 취득한 것은 ‘전문적·기술적 분야의 재류자격’이며 이 재류자격으로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가 2023년 11.6만명(24.2%)이나 증가하였다. 이 재류자격이 여러 가지 재류자격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는데 이 재류자격에 속하는 것 중에서도 ’특정기능‘의 외국인 노동자수는 2023년에 13.9만명 증가하여 전년 대비 무려 75.2%나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일본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수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있다. 일본정부는 2019년 4월에 ’특정기능‘이라는 재류자격을 신설하여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돌봄, 건설, 농업 등 노동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특정 산업 12분야에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재류자격이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기능‘은 학력이나 모국에서의 종사 경험 등을 요구하지 않으며 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 수 있다. 또한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넓고 단순노동을 포함한 업무에도 종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서 외국인이 일본에 취업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취득할 수 있다. ’특정기능‘에는 1호와 2호가 있는데 1호는 특정 산업분야에 관하여 일정의 필요한 기능을 가진 외국인에게 부여되며 일본어 시험과 기능시험에 합격하면 된다. 통산 5년을 상한으로 하는 재류기간이 주어진다. 1호의 재류자격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는 2호의 재류자격을 취득하여 더 길게 일본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즉 2호는 특정산업분야에 관하여 숙련된 기능을 가진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재류자격으로 1호 수료자가 희망하는 경우 다음 단계의 재류자격이다. 재류기간의 제한은 없으며 가족을 동반할 수 있도록 한다. 2호의 산업분야는 건설, 조선용 용접이었으나 최근 농업, 숙박, 외식 등 9분야와 조선용 용접 이외의 업무를 추가하였다. 이 분야에서 2호 자격을 취득하면 가족을 동반하여 제한 없이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앞서 2023년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에서 ’특정기능‘의 재류자격 분야에서 무려 75.2%가 증가한 것은 취득이 용이하며 일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나아가 제한 없이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 200만 시대‘에 들어섰다. 2016년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에서 200만명으로 증가하는 데는 불과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증가추세를 볼 때 향후 10년 이내에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가 500만명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바야흐로 외국인 노동자를 둘러싼 국제적인 수요가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크게 증가하면서 유치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전히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 활용에 있어서 우려하는 바가 많다. 가장 큰 우려 사항은 일본의 임금수준이 장기에 걸쳐 정체됨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본의 임금수준이 가지는 상대적인 장점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명목임금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일본의 평균임금 수준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거의 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노동자를 유도하기 위한 이점이 약화된 것이다. 나아가 일본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든지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다는지 등의 편견과 차별이 남아 있다고 스스로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편견과 차별이 없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필수불가결한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치에 있어서 이제 일본과 경쟁해야 할 입장에 있다. 일본의 변화보다 한발 더 앞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된다.



정성춘 선임연구위원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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