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檢 "약탈적 불법 합병" 판단에 法 "합리적 사업상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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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4-02-0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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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물산 합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무죄 판단

  • "경영권 강화·승계만이 합병 유일한 목적 단정하지 못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천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202402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2024.02.05[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 등 12명의 피고인과 삼정회계법인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양사가 합병 추진 당시 여러 방면으로 사업성을 검토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이 회장의 부당 승계만을 목적으로 한 불법 합병이 아니라고 봤다. 미전실 주도로 합병 과정에서 불이익을 은폐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의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 증명이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합병설로 주가 하락 주장은 맞지 않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 사건 공소사실의 대전제로 삼은 주장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의 손해를 의도하고 최소 비용 승계만을 목적으로 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오히려 양사 간의 신중한 검토하에 '합리적인 사업상 목적'으로 이 사건 합병이 추진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재용의 경영권 강화와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지배력 강화 목적이 있었더라도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합병 시점 당시 제일모직 주가는 고평가된 반면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합병설로 물산 주가가 하락했다는 주장은 다수 증권사 리포트 내용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물산 이사회와 양사 합병 태스크포크(TF) 등이 합병 추진에 따른 경과 등을 장기간 조사했고,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을 도외시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이 회장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미전실의 전단적 결정 하에 추진된 약탈적 불법 합병 계획이라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의 경영진과 이사회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이 삼성물산에 도움이 되는지 검토했다"며 "미전실과 이재용의 전단적 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미전실이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 다른 방안들을 살피다가 합병 TF를 통해 이 사건 합병을 신중히 검토한 후 추진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TF를 통한 삼성물산 경영진 측의 검토 자체는 실체를 부정할 수 없다"며 "전단적으로 미전실 결정으로 했다는 건 여러 사실 관계와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미전실 허위공시·중요정보 은폐도 '무죄'

미전실이 합병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기 위해 위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도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양사의 합병 후 삼성물산이 얻을 불이익을 은폐하기 위해 미전실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거짓 공시 등을 주도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미전실이 합병 과정에서 하는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2015년 7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자문사에게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각종 허위 사실을 공시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모두 주가 정보는 물론 주요 정보 상시 공개하고 있었다"고 봤다.

또 "검사는 2015년 5월 이사회 직후 공시 공표 통해 범죄가 행해졌다고 주장하나,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합병 찬반 등 거짓 기재가 없고, 허위라고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조작된 안진 합병비율 검토보고서가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하나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은 예정한 대로 보고서를 냈고, 내용이 왜곡됐거나 주요 사실에 거짓·부정한 수단이 사용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합병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왜곡하기 위해 회계사를 압박하고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혐의도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합병 적법 확인…재판부 현명한 판단 감사"

이 회장 측은 무죄 판결을 반겼다. 이 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유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선고 직후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명한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소 3년 5개월 만에 법원의 판단이 나왔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등기이사 복귀 계획은 있는가" 등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합병은 양사 자체 결정이고 6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피고인들은 홍보했지만, 이미 미전실은 합병 준비를 계획 중에 있었고 시너지 효과도 진지한 검토 없이 발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미전실 주도로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고, 삼성물산은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 손해로 돌아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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