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된 민주당의 첫 공식 대선 후보 경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번 승리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 대결이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이번 경선에서 낮은 투표율은 바이든 대통령의 숙제로 제기됐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경선에서 96.2%의 표를 얻었다. 메리앤 윌리엄슨 작가와 딘 필립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각각 2.1%, 1.7%의 표를 얻는 데 그쳤다. 압도적 승리를 거둔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배정된 대의원 55명을 모두 확보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의원 3788명 중 과반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프라이머리(예비 선거)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첫 공식 경선이다. 뉴햄프셔주는 첫 경선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진행하겠다는 민주당 전국위의 결정에 반발하며 자체적으로 프라이머리를 진행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경선의 승리로 공식 출발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승리가 확실시되자 "2020년에 전문가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며 선거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준 것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권자들이었다"라며 "이제 202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민들이 다시 나에게 대선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있고, 나는 대선 승리로 가는 길에 안착했다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지역이다. 지난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은 경선 과정에서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 네바다에서 잇따라 패했었다. 그런데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이번 경선은 무엇보다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파악할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흑인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NYT는 "흑인 유권자가 많이 분포한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95%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WP도 4년 전 민주당 경선 참가자의 56%를 차지했던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바이든의 입지를 가늠하게 할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승리를 거뒀음에도, 투표율은 지난 대선보다 떨어졌다. WP는 이날 조기 투표 및 부재자 투표를 한 유권자가 전 선거 대비 33% 줄었다고 전했다. 조기 투표나 부재자 투표율이 낮은 것은 대중적 인기가 낮다는 지표로 해석된다.
깁스 노츠 찰스턴대학 교수는 WP에 낮은 투표율은 경쟁력 부족을 의미한다며, 이는 이번 달 말 예정된 공화당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 선거에서 니키 헤일리 후보에 긍정적 요인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예비 후보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가 공화당 예비 선거에 참여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이민자에 관대한 헤일리 후보에 표를 던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제 시선은 다음 민주당 경선으로 향한다. 민주당의 다음 경선 지역은 네바다주(6일)와 미시간주(27일)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과 공화당 양측의 색채가 강하지 않은 스윙스테이트(경합주)로 분류된다.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공화당 경선은 24일에 진행될 예정이다. 공화당 역시 프라이머리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까지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연승을 거두며 독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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