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알맹이 없는 미래차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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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4-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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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특별법 제정은 우리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마중물이다. 하위 법령이 준비되고 관련 사업이 추진되면 자동차 산업의 융합적 발전이 수월해질 것이다."

한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미래차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은 전기차나 수소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법안으로, 특히 내연기관 중심에 머물러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0월 국회 문턱을 넘을 당시, 중소 부품업계가 한숨을 돌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소 부품업계가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한 완성차 업체와는 달리 전동화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의 내면을 들여다본 관계자들의 환호성은 우려로 변했다. 통과된 산업법의 알맹이가 텅 비어서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특히 하위법령과 세부시행령이 법 시행일 이전까지 갖춰지기 어렵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이에 대한 대비를 갖추고 입법에 나서야 했지만, 미래차 특별법의 하위 법령은 새로 만들어야하는 상황이다. 해외 각국의 미래차 관련 법안들이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하위 법령과 세부 시행령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1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법안을 촘촘히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미래차'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낮다는 점은 미래차 특별법에 우려를 더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업계와 협력해 3년 전부터 진행해온 '미래차 현장인력 양성 프로그램'은 2030년까지 미래차 현장인력 전문가를 600명 이상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실시된 산업부 대표 사업이었다. 

5년간 진행하기로 예정됐던 이 사업은 3년 만에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지난해 정부가 R&D 예산을 삭감한 탓도 있지만, 해당 사업의 주관 부처가 고용노동부로 이관된 것이다.

전기차 기술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현장 노동 인력을 주관하는 노동부 산하로 배치시켰다는 점은 미래차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얼마나 떨어지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미래차 전문 인력과 한국의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래차 특별법'을 통과시켜놓고, 정작 미래차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와 첨단기술에서 나온다는 점은 간과한 셈이다.

또한 21대 국회 남은 임기 동안 미래차 관련 추가 입법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미래차 세제 지원과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에는 전기차를 포함한 환경친화적 자동차 또는 그 부품을 설계·제조하는 시설에 투자할 경우 미국처럼 투자 금액의 30%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법안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다섯 차례 축조 심사가 이뤄진 상태다.

미래차 특별법이 한국의 미래차 경쟁력을 높이는 토대가 되기 위해선 정부가 '미래차'로 대표되는 전기차 등이 더이상 과거의 내연기관차가 아니란 점을 인지해야 한다. 굴뚝산업에 무게를 두고 세부 시행령을 짠 미래차 특별법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발빠른 규제 개선과 실질적인 예산 확보, 충분한 자문을 통한 하위법령 마련 등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김정훈 기자
[사진=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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