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2047년까지 622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계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최근 업계는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 개막에 따라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컴퓨터익스프레스링크(CXL) 등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있다. 시장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보조금,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 등 각종 지원책을 총동원하는 것은 반도체 시장의 상승턴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반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AI,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대규모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차세대 D램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HBM 5세대와 CXL이다. 대규모 연산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AI는 메모리 처리 속도가 지연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는 게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보다 용량이 더 크고 속도가 빠른 D램 개발이 필수적이다. HBM과 CXL은 각각 속도와 용량에서 혁신을 이뤄낸 제품이다. 장기간 침체에 빠졌던 반도체 경기가 올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 역시 HBM과 CXL 상용화에 따른 시장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올해 생성형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D램 제품으로 12나노급 32기가바트 DDR5, HBM3E, CMM-D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DDR5는 지난해 9월 개발한 제품으로 단일 칩 기준으로 현존 최대 용량이다. 동일 패키지 사이즈에서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 없이도 128기가바이트(GB) 고용량 모듈 구성이 가능하다.
HBM3E D램은 기존 제품 대비 성능과 용량이 50% 이상 개선된 제품으로 12단(적층) 기술을 활용해 1초에 1280기가바이트의 대역폭과 최대 36기가바이트의 고용량을 제공한다. CMM-D(CXL 메모리 모듈 D램)는 서버 전면에 여러 대를 장착할 수 있어 생성형 AI 플랫폼 적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256기가바이트 CMM-D 샘플 공급이 가능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시장 규모는 올해 39억 달러(약 5조원)에서 2027년 89억 달러(약 12조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온 디바이스 AI 확산으로 새로운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2025년부터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며 "HBM은 올해와 내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각각 2.5배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들의 HBM 주문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올해 5세대 HBM(HBM3E) 양산에 들어간다. 앞서 SK하이닉스는 HBM3과 HBM3E 등 올해 캐파(생산량)가 이미 완판(솔드아웃)됐다고 밝힌 바 있다. HBM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기존에 HBM을 주력으로 생산하던 이천공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현재 청주 공장에 신규 HBM 라인을 구축해 가동을 준비 중이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DDR5 기반 96GB, 128GB CXL 2.0 메모리 솔루션 제품도 올 하반기 상용화할 예정이다.
시장정보업체 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CXL 시장 규모는 2022년 1700만 달러(약 225억원)에서 2028년 158억 달러(약 21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XL D램 시장은 올해부터 본격 개화해 2028년께에는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125억 달러(약 17조원)로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시대를 이끌 반도체 핵심 기술인 HBM과 CXL 시장 개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인재들이 반도체업계로 유입돼 활발한 연구 경쟁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처럼 정부, 산학연 등이 협업을 활발히 모색하는 시도는 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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