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갑진년, 대한민국! 승천하세용(龍)] 긴축 터널,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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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4-01-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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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점 지난 대출·예적금 금리…부동산 시장 회복엔 시일 걸릴 듯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서울 강남구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유대길 기자]


2년간 이어지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긴축이 사실상 종료됐다. 연준은 지난해 9월과 11월에 이어 12월까지 3회 연속 기준금리(5.25~5.50%) 동결을 결정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024년엔 3차례, 총 0.75%포인트에 이르는 금리 인하를 예고하면서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미국이 '피벗(정책 전환)'을 본격화하면 수억 원대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국내 '영끌족'도 점차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중앙은행이 통화 정책 성향을 '매'에서 '비둘기'로 전환하면 기준금리에 민감한 채권 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인하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만 긴축의 긴 터널을 벗어난다고 해서 경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낙관론은 이르다. 미국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떨어져도 금리는 여전히 4%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의 경기 둔화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국내 경기 반등에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성이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한숨 돌린 주담대 차주···고정금리 하단 '연중 최저' 3%대로

대출 고객들로서는 버틸 구간이 보다 선명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당장 인하하지 않더라도 오를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올해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대출금리는 본격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듯 대출금리 하락 폭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3년 들어 오름세를 지속해온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지난달 14일을 기점으로 연 3.2%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채 금리는 지난해 10월 26일 4.810%로 연 고점을 찍었지만 두 달여 만에 1.5%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빠르게 하향 안정세를 찾고 있다.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를 준거 금리로 삼는 5대 시중은행 주담대 혼합형(5년 고정) 금리도 연 3.81~5.23%로 집계됐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3%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 만이며 연중 최저 수준이다. 

그동안 고금리에 시달리던 대출 차주들은 일단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공포에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21일 취약 차주 이자 부담 완화를 위한 '상생금융안'을 발표했고,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도 앞두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를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대출금리는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추가 하락 압박을 받을 전망"이라며 "3년 전과 같은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진 않겠지만 연 3~4%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부동산 시장 자극하나···가계대출 증가 우려

우려되는 부분은 가계대출이 확대되는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금리 인하는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만큼 부동산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현재도 주담대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데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 가계대출 관리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1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0조3856억원으로 전월보다 4조3737억원 늘었다. 주담대(526조2223억원)가 한 달 사이 4조9959억원 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는 7개월 연속 증가세에다 증가 폭도 작년 최고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2024년 1분기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면 당장 주담대 급증세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택시장 및 시중금리 추이 등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며 "가계부채가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DSR 등 필요한 제도 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PF 리스트 해소? "2024년, 본격 위험 시작할 수도"

금리 인하와 맞물려 부동산 PF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사업성 있는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반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를 바탕으로 경기가 호전되면 부동산 시장에도 온기가 돌아 시행 사업 진행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다만 금리 인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PF 시장 전반이 회복됐다고 보긴 이르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시장금리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겠지만 절대적 금리 수준은 여전히 과거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그간 건전성이 워낙 크게 훼손되다 보니 PF 시장이 회복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들 역시 증권·저축은행 등 상대적으로 부동산 PF 비중이 큰 업권이 2024년부터 신용등급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여전히 부동산 PF 리스크가 높은 상태에서 브리지론은 대부분 회수가 아닌 만기 연장만 되고 있다"며 "위험도가 가장 높은 브리지론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집중돼 있는 증권사나 저축은행은 올해에도 자산건전성과 수익성 저하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 시작은 곧 경기 저점? 자산시장만 자극하나

금리 인하가 속도를 내면 경기는 전반적으로 활력을 찾겠지만 돌려 말하면 그만큼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긴축 완화가 가시화하는 시점에는 주요국 경기 둔화가 현실화해 우리 금융·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유동성이 증가해도 실물경기는 살아나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우려가 크다. 유동성이 자산시장에 쏠리면 정책이 의도하는 것만큼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자산시장만 자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 인하를 통한 섣부른 경기 부양이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총재는 최근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고 중장기 문제가 더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성장률 문제는 재정이나 통화정책이 아닌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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