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국가배상 책임 첫 인정…"1년당 80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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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12-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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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고한 시민 납치·감금·학대...사망자 657명

  • "상당수 학습권 침해…인권 침해 예방 필요"

부산 북구 주례동에 있던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부산 북구 주례동에 있던 형제복지원의 모습. [사진=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
 
'한국판 아우슈비츠'라고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1987년 형제복지원의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불법감금 등 인권 유린이 세상에 드러난 지 36년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한정석 부장판사)는 21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약 204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강제 수용돼 그 기간에 고통과 또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신 원고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밝혔다.

손해배상금은 1인당 8000만원에서 최대 11억2000만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총 145억8000만원으로 청구액 204억원 중 70% 정도가 인정됐다. 

형제복지원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1960년 7월 지어졌다. 이후 1992년 8월 폐쇄되기까지 3000명 규모의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 시설로 운영됐다. 

그러나 수용자를 상대로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 등 인권침해가 자행됐고, 이로 인해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무연고자·장애인·고아뿐만아니라 일반 시민이나 어린이 등 무고한 시민을 길거리에서 납치해 형제복지원에 수년간 불법감금했다. 납치와 불법수용에 대한 경찰 등 공권력의 방관·묵인·협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복지원은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수용자 1명이 직원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실상이 처음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사건을 조사한 후 관련 사망자는 657명으로 집계했다. 30여년 동안 청와대·군·검찰·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던 사실도 밝혀지면서 '국가에 의한 총체적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은 부랑인 신고단속 보호 등 내무부 훈령으로 원고들을 단속하고 강제 수용을 했지만, 이 훈령은 법률유보·명확성·과잉 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위법적 훈령이라 판단했다"며 "이에 따라 강제 수용된 점도 위법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서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원'으로 설정한 위자료에 대해서는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원고들 상당수가 미성년자였기에 학습권이 침해당한 점, 유사한 인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불법 행위로부터 35년이나 지났지만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판결 후 법정에서는 "감사합니다"는 탄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앞서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의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이 연이어 제기됐다. 내년 1월 31일에도 다른 피해자들이 두 차례에 걸쳐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 판결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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