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말 못하고 속앓이'…의정부 을지대병원, "숨기지 말고 적극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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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임봉재 기자
입력 2023-12-0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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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철 심해지는 치질…초기 치핵 단계부터 치료해야'

  • '찢어지면 치열…염증 오래되면 치루 가능성'

치질사진의정부 을지대병원
치질[사진=의정부 을지대병원]

회사원 강 씨(41)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할 이른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유는 치질 때문이다.

강 씨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스마트폰에 열중하느라 배변 시간이 길어져 변비가 생겼고, 치질로 이어졌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이처럼 치질은 성인 중 절반이 앓고 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지만 숨겨서 더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치질의 대표적인 초기증상은 피와 통증이다.

강 씨는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거나 잔변감과 함께 항문 주변이 가려웠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기의 물이 빨갛게 될 정도로 출혈량이 늘었고, 항문 내부의 혈관덩어리가 돌출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게 됐다고 했다.

이런 경우 치질 증세가 악화한 것으로 전문가는 본다.

강 씨처럼 치질로 진료받기 부끄러워 피하거나 위생상 문제란 잘못된 상식으로 착각하기 쉬워 자칫하면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치질은 초기에는 약물을 처방받거나 좌욕으로 관리만 하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반면 치료 시기를 놓치면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대장항문외과 권윤혜 교수로부터 치질 치료와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을 알아본다.
 
찬 바람 불면 모세혈관 수축...치핵 환자 급증
항문의 대표적인 질환은 치핵, 치열, 치루다.

치질은 항문 출혈과 항문 내부 덩어리가 나오는 치핵과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변 농양이 곪았다가 터지는 치루 모두를 일컫는다.

항문은 큰 혈관덩어리 3개와 작은 혈관덩어리들로 이뤄져 있다.

치핵은 이 혈관덩어리가 부풀어 오르면서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질환이다.

찬 곳에 오래 앉아 있거나 변비 때문에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압력 등의 원인으로 부풀어 오른다.

치핵은 위치에 따라 항문의 치상선(직장의 점막과 항문 피부가 만나는 곳) 안쪽에 발생한 것이 내치핵(암치질), 치상선 밖에 생긴 것이 외치핵(수치질)이다.

실제로 전체 환자의 비율 중 내치핵이 20%, 외치핵이 10%를, 내치핵과 외치핵이 복합된 혼합치핵이 70%를 차지한다.

특히 치핵 환자들에게 겨울은 반갑지 않은 계절이다.

찬 바람이 불면 급증하는 치질 환자는 대체로 치핵 환자들이다.

치핵은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생긴다.

치핵은 조직이 늘어난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눈다.

1기는 배변 과정에서 피가 화장지에 묻어 나오는 상태다.

2기로 진행되면 치핵이 더욱 커져 배변 시 힘을 주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힘을 빼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3기는 배변 후 항문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정도다.

4기로 이어지면 치핵이 다시 들어가지 않고 일상에서 불편을 느낄 정도로 진행된 단계다.

권 교수는 "치핵 1기와 2기의 경우 좌욕, 의약품 등의 보존적 치료를 통해 호전되기도 한다"면서도 "3기 이상의 경우는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니 전문 의료진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심한 변비로 딱딱해진 변... 항문 찢어지면 치열
치열은 배변 때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인해 항문이 찢어지는 현상이다.

배변 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특징이며,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온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많이 나타난다.

급성 치열의 경우 좌변기에 오래 앉아있지 않고 좌욕을 자주 하는 등 생활 속 노력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치열은 항문 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 오래 앓았다면 치루 조심
치루는 항문 주위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통로를 만드는 질환이다.

항문 주변의 통증, 붓기, 고름 등 분비물과 출혈이 나타난다.

발병 원인은 대부분 치핵과 만성 설사, 염증성 장 질환, 항문 주위 농양 등에 의해 발생한다.

평소에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도 과로나 과음, 심한 설사를 한 후에 염증이 생겨 항문이 아프다가 곪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 어렵다.

드물기는 하지만 치루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권 교수는 "매일 반복되는 배변 활동을 통해 증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가 진단을 통해 치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부위의 특성상 치료에는 나서지 못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무엇보다 병원을 찾아 전문 진료를 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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