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포트라이트만 좇는 정부, 거대항공사 합병도 쳐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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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12-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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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경쟁국들의 요청으로 상당수 알짜 슬롯을 포기했고 앞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슬롯을 얻기 위해서는 추가로 슬롯을 반납해야 한다. 돈이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까지 떼어내기로 했지만 EU는 이마저도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사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스타얼라이언스 동맹이 깨질 것을 우려하며 합병 반대를 강력히 외치고 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이미 법률비용만 1000억원 넘게 써 뒤로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의 경쟁력 악화는 확실해 보인다.

합병은 기업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생겨난 시너지를 극대화해 기업의 가치를 확대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양사의 합병은 예상보다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정부의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정부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을 지원했고 각 국가를 방문하며 전방위적인 외교 전략을 펼쳤다. 국가 수익사업이니 그럴만도 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민간기업의 일이지만 역시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하는 사안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며 국가적 정책으로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수장급들은 미국과 EU를 수시로 오가며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특히 해외 경쟁 당국의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신규 시장진입 후보 항공사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도 눈을 돌려줘야 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좋은 부산엑스포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으로 뛰어다니면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해외당국의 과도한 시정조치 요구에 쩔쩔매고 있을 때는 뒷짐만 져왔다. 주요 슬롯이 외항사에 넘어가면서 그간 운수권 확대를 추진했던 노력도 무력화되고 있다. 항공당국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가 장기화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에서 매달 수십 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회사의 정규직 직원 수는 7998명으로 지난 2분기 대비 68명이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8268명이었지만 올해 3월에는 8158명으로 110명이 줄었다. 1분기에서 2분기 사이에도 9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어 3분기 역시 70명 가까운 직원들이 떠나면서 최근 직원 수는 8000명대 이하로 떨어졌다. 신규 채용과 투자도 멈춘 상태다.

정부는 항공산업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번 기업결합은 한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국내 항공산업의 미래 경쟁력이 걸린 사안으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항공시장에서도 원가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길이다. 해외당국은 돈 되는 화물사업을 매각한다고 해도 이를 저울질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런 만큼 기업의 로비금액, 법률비용 등과 국민의 혈세는 계속 출혈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교적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어가며 기업의 이익에 외교력을 쏟아주기를 바란다. 
 
권가림 산업부 기자
[권가림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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