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자오샤오캉 효과' 대만 총통선거 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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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12-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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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당 총통 후보보다 더 인기 있는 러닝메이트

  • 정치샛별→3선의원→언론재벌→부총통 후보

  • 내년 대선 승리···중도층 표심 끌어안기 '관건'

  • 자오의 등판…허우 이미지에 藥일까 毒일까 

대만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왼쪽과 부총통 후보 자오샤오캉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대만 국민당 총통 후보인 허우유이(왼쪽)와 부총통 후보 자오샤오캉.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비(허우유이)를 위해 옆구리에 칼을 찔리는 위험도 무릅쓰는 조자룡(자오샤오캉)이 되겠다."

지난달 30일 대만의 제1대 야당 중국국민당(국민당) 대선후보 허우유이(侯友宜)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나선 자오샤오캉(趙少康)의 출사표다.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곧바로 자오샤오캉이 허우유이를 '꼭두각시'로 만들었다며 허우 후보를 가리켜 "일으켜 세울 수 없는 아두(扶不起的阿斗)"라고 비아냥거렸다. 아두는 유비의 아들 유선(劉襌)의 아명이다. 유선은 제갈량·조자룡 등의 보좌에도 무능했던 왕으로 평가받았다. 

이처럼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를 한달여 앞두고 73세 노장 자오샤오캉이 국민당 대선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대만 선거구도를 새롭게 바꿔놓는 모습이다. 
 
국민당 대선 후보보다 더 인기 있는 러닝메이트
자료각 여론조사기관
[자료=각 여론조사기관]

실제 대만 양대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의 후보 단일화 실패에도 허우 후보 지지율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언론인 출신의 달변가인 자오가 경찰 출신으로 말주변 없는 허우 후보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성인(外省人,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이주민)’ 자오샤오캉의 합류로 ‘본성인(本省人, 대만 토착 원주민)’ 허우유이를 불신했던 친중 성향의 남색진영(藍營, 국민당) 지지층 표심도 돌아오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은 최신호에서 이를 ‘소강중흥(少康中興)’이라고 표현했다. 소강중흥, 하(夏)나라 때 소강이 집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라가 안정돼 국력이 점차 회복됐다는 뜻이다. 국민당 기세가 풀이 죽어 유능한 장수가 필요할 때 자오가 전투력을 불살라 허우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것이 '소강중흥'을 연상케 한다는 것. 허우유이와 자오샤오캉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만든 ‘허우·캉(侯康)’은 대만어로 건강하다, 좋다, 행운의 뜻이기도 하다.

BBC 중문판은 “수십년간 대만 정치시사 평론가로 활동한 자오의 선거 참전 소식이 화제가 돼 그 인기가 허우 후보를 능가할 정도”라며 ‘허우·캉’의 정치적 궁합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인연도 언론에 부각됐다. 아주주간에 따르면 자오의 동생이 중화권 인기 스타 저우제룬의 해외 매니저로 일했는데, 10여년 전 마카오에서 현지 조폭으로부터 마카오에서 콘서트를 개최하라며 총칼로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자오는 국민당 주리룬 주석을 통해 대만 타오위안현 경찰국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 경찰국장이 허우 후보였던 것. 당시 깔끔하게 사건을 마무리한 허우 후보의 담력과 지략에 감복한 자오는 은혜에 보답하고자 기꺼이 러닝메이트로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자오샤오캉 효과'는 여론조사에도 즉각 반영됐다. 친중 성향의 중시신문망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허우 후보는 지지율 28.2%로,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28.3%)를 0.1%포인트(p) 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허우 후보 지지율이 30.94%로 라이칭더(31.01%)와 0.7%p 차밖에 나지 않는 등 초접전 대결 양상을 띠었다.

‘허우·캉’을 향한 국민당 유권자 지지도도 반등하고 있다. 11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허우·캉’ 조합은 국민당 유권자의 허우 후보 지지를 64.4%에서 82.6%로 끌어올렸다. 쭤정둥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주주에 "(자오샤오캉의 합류로) 중도층 10명 중 2명이 허우 후보로 돌아섰다"고 해석했다. 
 
정치샛별→3선의원→언론재벌→부총통 후보까지
대만 국민당 총통후보 허우유이의 러닝메이트 자오샤오캉
대만 국민당 총통후보 허우유이의 러닝메이트, 자오샤오캉.

자오의 부친은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국민당 군인으로 복무했다. 1949년 국공 내전이 끝나고 장제스 국민당 정권과 함께 대만으로 이주한 외성인이다. 중학생 때 이미 국민당에 입당한 자오는 국립대만대 졸업 후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유학시절에는 '중화민국 반공애국동맹'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대만 독립 반대’ 투쟁을 벌였다고 한다. 

자오는 1980년대 마잉주(대만 전 총통)·쑹추위(친민당 주석)와 함께 국민당이 육성한 정치 샛별이었다. 1981년 31세 나이에 타이베이시 입법회 선거에 참전해 두 번째로 많은 득표율로 당선됐을 정도다. 
 
하지만 국민당 내 비주류파였던 그는 본성인 출신의 리덩후이 전 총통 세력에 맞서 ‘신국민당연결'이라는 정치 단체를 결성해 당내 노선 투쟁을 벌이다가 결국엔 1992년 탈당했다. 그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타이베이시 입법회 선거에서는 ‘자오 돌풍’을 일으키며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 당시 열풍은 2014년, 2018년 대만 지방선거 때 휘몰아쳤던 ‘커원저 돌풍’, ‘한류(한궈위) 열풍’에 못지 않았다고 BBC 중문망은 보도했다. 

1993년 자오샤오캉은 '신당(新黨)'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 이듬해 타이베이시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천수이볜 전 총통에게 패배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언론계에 입문했다. 그가 창업한 UFO 라디오는 상업적으로 성공했고, 몇 년 전에는 국민당 자산인 중국방송공사를 사들이며 대만 ‘언론 재벌’로 자리매김했다. 정계를 떠났지만 수년간 대만 TVBS 방송에서 친중 성향의 정치 논평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해 왔다. 2021년엔 국민당에 재가입해 '파이팅 블루(戰鬥藍)’라는 운동을 전개하며 국민당 유권자를 집결시키는 데 주력해왔다. 
 
내년 대선 승리···중도층 표심 끌어안기 ‘관건’
동시에 그는 중도층 표심을 끌어 모으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내각제 개헌, 원전 수명연장,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대화 재개, 중국 본토 학생·관광객의 대만 방문 개방,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협상 재개,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 반대 등을 외치며 '반중' 성향의 민진당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는 것. 

또 국민당 성향이 강한 타이베이를 비롯한 대만 북부 일대에서는 외성인 출신의 자오가 나서서 국민당 유권자 표심을 호소하는 데 주력하고, 민진당 성향이 강한 타이난 등 남부 일대에서는 본성인 출신의 허우 후보가 나서서 민진당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는 전략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민중당 커원저 후보와의 단일화 합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민진당은 때리되 민중당은 때리지 않고 무시한다'는 전략을 내세워 마지막까지 민중당과의 협력 여지를 남겨놓는 모습이다. 커 후보를 때릴수록 민중당 유권자의 국민당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커 후보와 단일화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딩팅위 갤럽 수석고문은 아주주간에 “대만에서 선거 여론조사를 처음 시작한 자오는 선거판세를 누구보다 잘 읽는다”고도 진단했다.
 
자오의 등판…허우 이미지에 藥일까 毒일까 
하지만 일각에선 자오샤오캉의 두각이 오히려 허우 후보의 이미지를 깎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장쥔하오 대만 둥하이대 교수는 BBC 중문망에 “오랫동안 정치 논평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자오의 연설 스타일이 실제로 말주변이 없는 허우 후보에게 매우 보완적”이라면서도 “이러한 단기 호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대만의 총통 선거는 여전히 총통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자오의 강력한 정치 카리스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지, 아니면 허우 후보의 약한 리더십, 어눌한 연설 등의 단점이 더 부각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오는 지난달 30일 허우 후보가 “총통의 권한과 책임을 자신에게 넘길 의사가 있다”고 말해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를 놓고 라이칭더 후보는 “끔찍하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선출하려는 것은 ‘이중 총통제’가 아니다”라며 “허우 후보를 대놓고 꼭두각시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국민당 진영에 똑똑히 말해주고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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