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경기 침체로 홍콩H지수(HSCEI·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이 수조 원대 손실 위험에 처하면서 채권시장도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투자자들이 내년 1월 만기 도래 물량을 차익 실현 목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크레디트 스프레드(무보증 AA- 회사채 등급과 A+ 등급 간 금리 차이)는 69.4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홍콩H지수 사태가 터지기 전 스프레드는 61.8bp였던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스프레드는 지난 3월 초 70.8bp까지 벌어지는 등 올해 들어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기관들이 지난 10월부터 채권을 대량 매수하면서 크레디트 스프레드가 급격히 축소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관투자자들은 지난 10~11월 두 달 동안 채권을 약 87조46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전년 같은 기간 이보다 41% 적은 51조58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별로 구분하면 11월 순매수세가 10월 대비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관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금융채는 11월 26조3797억원, 10월 19조2257억원으로 집계됐다.
11월 기관투자자들이 금융채(기타여전채) 순매수를 급격히 늘린 이유는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여전채를 대량 매집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달 건보공단은 위탁 운용사 채권형 펀드에 1조원 규모 자금을 집행해 여전채 발행 시장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프레드 강세는 오는 1월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월 만기를 앞두고 있는 H지수 ELS에 채권이 대량으로 편입된 만큼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채권 매수를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자금 헤지 자산 중 80.9%가 채권이었고 이 중 91.5%가 국채였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 A씨는 "최근 H지수 ELS 사태로 상품이 더 이상 재출시되지 않는다면 기관들도 그만큼 채권을 순매수할 가능성이 줄고,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매도까지 한다면 스프레드는 다시 벌어지고 물량 급증으로 금리는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11월 기관투자자들이 순매수한 채권 규모는 10월(45조5977억원)보다 줄어든 41조8660억원이며 12월에는 이날까지 1조55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기간에 비해 연초부터 기관투자자 채권 순매수세가 감소한 양상이다.
A씨는 "기관들이 채권을 대량 매도한다면 채권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연초 금리 하락 기대가 연말 선반영돼 예상보다 채권 가격이 더 빨리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단 12월까지 매수를 하다 1월 중 ELS 만기에 맞춰 차익 실현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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