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준킬러문항' 많아…대학 과 잠바·군복 깔깔이 'N수생' 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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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박지환 기자
입력 2023-11-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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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4시 45분경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수험생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지환 기자
16일 오후 4시 45분경 기자가 찾은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수험생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박지환 수습기자]
"아침에 아들을 데려다줬는데, 많이 떨었어요. 집에서 기다리느니 일찍 오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왔습니다."

16일 오후 4시경 가랑비가 내리는 서울 영등포구 영신고등학교 앞. 학부모들은 시험 종료 1시간 전부터 줄지어 수험생 자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방동에 사는 40대 이모씨는 아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는 "아들과 점심에 연락했는데, 킬러문항은 많이 없어졌다고 한다"며 "하지만 '준킬러문항'이 많아 시험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50대 심모씨는 회사에 연차를 내고 수험생인 자녀 마중을 나왔다. 심씨는 "학력고사 세대인데 고3인 자녀가 수능을 봐 감회가 새롭다"며 소회를 밝혔다. 

이날 오전 8시 40분 시작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를 시작으로 수학, 영어, 한국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과목, 제2외국어·한문 과목 순으로 진행됐다. 제2외국어·한문을 포함한 시험 종료시간은 오후 5시 45분이었다. 한국사와 사회·과학·직업탐구 과목 시험 종료시간은 오후 4시 37분. 오후 4시 40분이 되자 제2외국어·한문 과목에 응시하지 않아 빠르게 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올해 수능은 졸업생 응시자인 이른바 'N수생'의 약진이 만만치 않았다. 올해 수능 원서를 접수한 50만4588명 중 15만9742명(31.7%)가 졸업생으로, 1년 전 14만2303명보다 1만7439명 늘었다.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 역시 2712명 증가한 1만8200명(3.6%)였다. 졸업생과 검정고시 등을 합한 지원자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다.

세 번째 수능에 응시한 탁모씨는 "고사장에 N수생이 꽤 많았다"며 "반마다 4~5명은 꼭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강모씨도 "고사장 반 전체가 다 재수생이었다"며 "요즘은 재수생들을 다 한 반에 모아서 보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같은 N수생을 어떻게 알아보냐고 묻자 "쓱 보면 펴고 있는 책이 다른데, 보통 법학적성시험(리트·LEET) 문제를 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대학 로고가 그려진 과 잠바나 군복 깔깔이를 입은 사람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능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에 따른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엇갈렸다. 영등포구 신길동에 거주하는 재수생 김모씨는 "올해 난이도는 지난해보다 훨씬 낮은 느낌"이라며 "탐구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수학에서 킬러문항이 적었다"고 덧붙였다. 보통 3등급을 받던 학생들이 2등급, 1등급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게 김씨 전망이다. 

반대로 킬러문항이 없음을 전혀 실감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군복무 중 수능을 친 '군수생' 김모씨는 "24학번으로 대학에 다닐 순 없지만, 결과가 좋다면 원서를 지원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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