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947 보스톤' 임시완 "언제나 사람의 살결에 닿으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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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3-10-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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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역사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이룬 분들을 연기한다니. 그분들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당시의 열정, 간절함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 더욱 진지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을 대하는 배우 임시완의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극 중 제2의 손기정을 꿈꾸는 불굴의 마라토너 '서윤복'을 연기한 그는 실제 인물, 작품에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역할에 몰두했다. 마치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었다.

"기본적으로 대본이 가진 힘이 무척 셌어요. '이런 마음이 드는 작품이 참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압박감을 느꼈죠. 하지만 결국 마음을 울린 작품은 따라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출연을 고민하고 있었을 때 (변)요한이 형이 명쾌하게 말하더라고요. '그런 마음이 들면 그냥 해!' 결정이 한결 쉬워졌죠."

임시완이 연기한 '서윤복'은 다부진 체구에 깡과 악으로 각종 대회를 휩쓸고 있는 마라톤 유망주다. 달리기를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어릴 적부터 인왕산과 무악재 고개를 타고 다니며 생계를 위해 각종 배달 일을 하던 것이 실력의 밑거름이 됐다. 마라톤 영웅 '손기정'을 롤모델로 꿈꿔왔지만, 현실을 살아내기 바쁜 인물이다. 그러던 중 '손기정'에게 보스턴 마라톤 대회 출전을 제안받고 고심 끝에 태극마크를 단 첫 번째 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역사적으로 대단한 분이었는데도 자료가 많이 남아있지 않았어요. 의아하더라고요. 자료가 많지 않아서 (캐릭터를 구축할 때) 저의 상상력도 어느 정도 가미가 됐죠."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임시완은 제작보고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 "국가대표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말해왔다.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집중해 왔고 실제 마라토너와 같은 몸을 만들기 위해 체지방 6%의 극한까지 자신을 몰고 갔다. "시작 전부터 너무 큰 부담감을 안고 시작한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임시완은 "애초에 그 정도 마음가짐이 아니었으면 안 되었다"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시작부터 역치가 높았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의 마음가짐이 아니었으면 안 됐어요. 사실 돌이켜보니 '와, 어떻게 해냈지' '고생스러웠다' 싶은 거지 당시에는 '그냥 해내야 하는 일이지' 하고 생각했었어요. 제가 실제 마라토너들처럼 42.195㎞를 뛰는 것도 아니잖아요. 뛰다가 '컷' 하면 멈추기도 하니까. '이 정도면 덜 뛰는 거네' 싶기도 하고요.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앞서 언급한 대로 임시완은 마라토너에 가까운 몸을 만들기 위해 체중을 감량과 훈련을 소화해 왔다.

"연기자보다는 선수에 가까운 일정들을 소화했어요. 아침 훈련하고, 점심에는 PT(personal training, 퍼스널 트레이닝) 보강 훈련하고, 삼시세끼 닭가슴살은 기본값이고요. 작품 하는 동안에도 이 기본값을 유지해야 하니까요. 사실 정말 힘들었던 건 촬영 도중이었어요. 우리 현장의 밥차가 정말 맛있거든요. 또 현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먹으면 더욱 맛있잖아요. 그걸 참기가 힘들더라고요. 하하."

임시완의 노력은 계속됐다. '서윤복' 역할을 위해 고된 훈련에 임한 건 물론 내면적으로도 가깝게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감정들을 점층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클로즈업 신이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표정을 극대화하거나 과하게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운동선수들을 보면 그들이 간절하다는 건 느껴지지만 그게 표정이 다양하기 때문은 아니잖아요? 오히려 많지 않은 표정 속에서도 뿜어져 나오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다양한 (기술적인) 표정보다는 오히려 덜어내는 쪽으로 표현했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1947 보스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거장' 강제규 감독과의 호흡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임시완은 "가족들과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쉬리'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 '쉬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거든요. 정말 순수하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작품은 제게 큰 영향을 주었고요.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강제규 감독님과 만나게 될 줄 몰랐죠. 정말 신기했어요."

임시완은 작품에 임하면서 강제규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가져야 할 미덕을 배우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1947 보스톤'을 찍으면서 더욱 감독님을 존경하게 되었어요. 인품 자체가 훌륭하세요. 그 인품으로 모든 게 완성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연기적으로도 그랬어요. 감독님, 작가님이 놀이터 같은 공간을 만들고 어떤 제시를 해놓으면 배우들은 그 공간에서 열심히 재밌게 놀면 되는 거잖아요? 강제규 감독님은 굉장히 큰 놀이터를 만들어주셨고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해주셨어요. 답답하고, 좁다는 느낌 없이 정말 마음껏 날아 볼 수 있었죠."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임시완이 영화 '1947 보스톤'에서 '서윤복'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변호인'부터 '오빠생각' '원라인' '불한당' '비상선언'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에 이르기까지. 임시완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또 단단하게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제대 후에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더욱 깊어진 감정 연기를 보여준 바. 임시완은 쏟아지는 칭찬에 멋쩍은 듯 웃으며 "모든 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연기는 결국 살아가는 방식, 사람을 연구하는 과정 같아요. 제가 쌓아온 가치관들을 표출하는 거지, 쌓는 과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찍을수록 소모된다고 여기거든요.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쏟아내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평상시를 담으면서 생활하려고 해요. 바빠서 등한시했던 일상적인 생각, 생활도 해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며 경험을 쌓고요. 새로운 감성도 충족하는 거죠. 항상 사람의 살결에 닿으려고, 열심히 충족하며 살아가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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