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시대] '승자독식 여의도' 대형사, 자기자본 '58조원'… 전체 69%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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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3-09-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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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다르다. 덩치가 크면 클수록 할 수 있는 사업이 다양해지며수익원도 다각화된다. 이처럼 다각화된 수익원은 회사의 안정성을 키우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금융투자업(증권업)이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받는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 인가는 증권사에 엄청난 경쟁력으로 부각될 수 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증권사 61곳 자기자본(이하 별도기준) 규모는 총 84조122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대형사 9곳 자기자본은 57조9637억원으로 전체 중 68.9%를 차지했다. 대형사 9곳 자기자본이 나머지 52곳보다 2배 이상 많다.
 
자기자본 상위 증권사를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9조3213억원) △한국투자증권 (8조1023억원) △NH투자증권(6조9683억원) △삼성증권(6조2322억원) △KB증권(6조371억원) △하나증권(5조8771억원) △메리츠증권(5조7289억원) △신한투자증권(5조3622억원) △키움증권(4조3342억원) 등이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이유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본적으로 대형사 범주에 들어가는 범주는 3조원부터 시작된다.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서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 진출할 수 있다. 종투사 자격을 얻게 되면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대비 2배까지 늘어나고 헤지펀드에서 자금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정부가 종투사 한정으로 외화 일반 환전을 허용하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이 추가됐다. 또한 M&A 리파이낸싱(인수합병 재대출)은 추가신용공여 대상으로 인정하면서 해외 법인이 대출을 받을 때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기존 100% 일률 적용에서 상대방 신용등급에 따른 차등 적용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 수위를 낮췄다.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은 10번째 종투사 진입을 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7월 경영회의를 통해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자기자본을 늘려 내년 상반기 중 종투사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대신증권 자기자본 규모는 2조1007억원으로 종투사 신청 요건을 갖추기 위해 자기자본이 1조원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대신증권 본사 사옥인 ‘대신343’ 가치가 6000억~7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은 사옥 매각과 함께 국내외 보유 자산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해 부족한 재원을 채운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이 내년 상반기 종투사를 시작으로 초대형 IB까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타 증권사 대비 차액결제거래(CFD) 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충당금이 없거나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자기자본 확충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통해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안건을 의결했다. 최대주주 교보생명보험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당 발행가액은 5070원이며 신주 4930만9665주가 발행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일이다. 발행된 신주는 모두 1년 동안 보호예수대상이기 때문에 매매가 제한된다. 교보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이 1조8679억원으로 확대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종투사,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이익 창출력을 제고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인 증권사는 금융당국 심사를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받을 수 있다.
 
초대형 IB로 분류된 후 발행어음업(단기금융업) 인가까지 받게 되면 이를 통해 자기자본 대비 2배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부동산금융, 해외 투자 등에 투입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
 
초대형 IB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다. 이 중 삼성증권은 발행어음업 인가를 따로 받지 않았다.
 
대형사 중 가장 최근 몸집을 늘린 키움증권은 초대형 IB로 지정받기 위한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해 5월 전략기획본부에 초대형 IB 전담조직인 ‘종합금융팀’을 신설하는 등 연내에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주가 폭락 사태로 인해 수사 대상에 오른 점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김 전 회장이 벌금형 이상을 받는다면 초대형 IB 인가 심사 중 대주주적격성 절차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6번째 초대형 IB로 키움증권이 물망에 올랐지만 일련의 사태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기존에 유력 후보였던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는 아직 진출한 증권사가 없지만 미래에셋증권과 한투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을 넘어서며 ‘IMA 1호 증권사’ 타이틀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자기자본 8조원을 넘기며 일찌감치 IMA 기본 조건을 갖춘 상태다. 특히 2021년에는 장기적으로 IMA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투증권은 지난 6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8조원을 돌파했다. 아직 1조원 이상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긴 하지만 NH투자증권도 필요에 따라 IMA 진출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보장 의무를 가지고 고객예탁금을 운용하는 통합계좌를 가리킨다. 다만 예금자보호 대상은 아니다.
 
고객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등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하는 CMA와 달리 대출이나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 범위가 넓고, 초대형 IB의 발행어음업과 달리 IMA는 발행 한도가 제한되지 않아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종투사 개정안을 통해 발표한 후 7년이 지났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은 문제다. 여건이 마련된 증권사 관계자들도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게 부담이라는 공통적인 의견이다.
 
송민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IMA는 자기신탁 방식으로 운용되겠지만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 고유 재산으로 자기신탁 계정을 보전하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충당금을 설정한다 해도 초과 손실은 고유 계정을 이용해야 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재무건전성 제고를 위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사례도 있다. 최근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부채 비중이 늘면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증권사가 많아져 자기자본을 확충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IB보다는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리스크 관리와 자기자본 확충을 진행해왔다. 이에 메리츠증권 NCR은 지난해 말 1683.9%에서 올 상반기 1994%로 310%포인트 상승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이 6조원대로 늘어났고 해외 부동산 등을 선제적으로 셀다운하면서 NCR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형사에서도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사가 군림하는 구조지만 중소형사도 자기자본 확충을 통해 신사업에 진출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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