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의료사고 진실게임-➅] [단독] 간호사들 검찰 송치⋯유족 "꼬리 자르기 수사"

주치의 제외 간호사 2명만 유죄⋯유족, 경찰 허술함에 '경악'

환자 대면도 전에 수술 결정?⋯1차 수술 사건은 아직 경찰에

[사진=연합뉴스]

# 환자가 병원을 찾는 이유는 치유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만일 믿고 간 병원에서 더 중한 병을 얻거나 최악에는 사망에 이른다면 환자뿐만 아니라 유족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도 각종 의혹이 잔재한 의료진의 과실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면 이는 유족을 두 번 울리는 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것은 고스란히 유족 측에 있고 일반인이 의료진의 잘못을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본지는 ‘분당 차병원 의료사고 의혹’과 관련해 의료사고 의심이 드는 정황과 당시 상황, 그리고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무엇이 진실에 가까운지 집중 보도한다. 

분당 차병원에서 수년간 입원했던 고(故) 이민영씨가 보호자 공백 9시간 만에 사망해 의료사고 의혹으로 번진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 다만 유족은 간호사를 제외한 담당 주치의 등은 송치 대상에서 배제된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분당경찰서 강력2팀은 지난달 19일 민영씨 사망 당일 근무했던 간호사 A씨와 책임간호사 B씨를 기소 의견으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송치했다.
 
유족은 이들 간호사와 함께 담당 주치도 함께 고소했으나 경찰은 A씨와 B씨에게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봤다.
 

고소인인 유족은 당시 의료진이 민영씨에게 장시간 석션(흡인)을 하지 않아 기도 폐색으로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입수한 간호기록지 등을 보면 의료진은 지난해 4월 8일 저녁 8시 41분부터 사망 당일인 다음 날 새벽 5시 57분까지 9시간가량 의료진은 석션을 단 한 차례도 시행하지 않았다.
 
민영씨는 기관절개술과 기도 삽관을 한 환자로 타인이 수시로 석션을 통해 침과 가래를 제거해줘야 숨 쉬는 것이 가능했다.
 
이에 유족은 수년간 1~2시간 간격으로 민영씨에게 석션을 해줘야 했다. 2018년 1월 차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은 후에는 반혼수(Semi-coma) 상태에 빠져 스스로 움직이거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세심하게 돌봐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민영씨 사망 전날 민영씨 모친이 코로나19 감염 판정을 받으면서 돌볼 수 없었고 병원 의료진이 민영씨를 담당하게 됐다.([분당차병원 의료사고 진실게임-①] [단독] "엄마의 공백 하루 만에 사망"⋯'의료사' 의혹-아주경제 6월 14일자 보도)
 
유족 측은 명백한 의료과실에 의한 사망 사건에서 책임자인 담당 주치의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경찰 측 판단에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유족 측은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겠다고 계속 말만 하더니 결국 한 번도 하지 않았다”며 “사망 당시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중간에 25분간 현장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더니 CCTV를 확보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 묵살했다”고 일갈했다.
 
또한 유족 측은 “피고 측이 최근 진술도 번복하더니 민영이 사망 원인이 ‘가래에 의한 기도 폐색과 이로 인한 저산소증’이라는 대한의사협회 감정은 잘못된 것이라고 우기고 있다”며 “의문투성이인 사건에 대한 경찰의 허술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분당경찰서 강력팀이 맡은 의료과실에 의한 사망 의혹 수사와 별개로 경제팀은 현재 1차 수술에 대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영씨는 2018년 1월 22일 머리에 삽입한 관(션트)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은 후 사망 당시까지 반혼수 상태였다.
 
유족 측은 이 뇌종양 수술에서부터 사고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수술 당시 의료진이 출혈을 유발한 데 이어 수술 이후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민영씨를 반혼수 상태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분당차병원 의료사고 진실게임-④] 수술기록 '축소·은폐' 의혹 대립-아주경제 6월 21일자 보도)

유족 측은 “수술도 수술이지만 최근 알고 보니 주치의는 민영이를 처음 만나기 이전에 차트만 보고 이미 수술을 결정했다”며 “당시 타 병원 MRI 결과도 ‘이상 없음’으로 나왔고 대형 병원들에서 위험하다고 절대 하지 말라는 수술이었는데,주치의에게 설득당할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서 말렸어야 했는데 사무치도록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 측은 “같은 주치의에게 설득당해서 수술했다가 사망한 환자 3명, 식물인간 상태로 퇴원한 환자 1명 등 우리가 본 피해자만 벌써 4명”이라며 “환자를 마루타 삼아 자기 연구에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덧붙였다.
 
분당차병원 측은 수술부터 마지막까지 의료진과 병원은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분당차병원 관계자는 “현 사안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하지만 의료진은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