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포럼] "광복 78년...머나먼 땅에 남겨진 독립운동가 유해 봉환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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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8-2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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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10~1930년대 상하이 활동 독립운동가들 만국공묘에 주로 안장

  • 김가진, 사후에도 이산가족 아픔...이덕산·조상섭 선생 유해도

  • "내년 4월 임정 수립일엔 돌아올 수 있게...국민적 관심 필요"

사진배인선 기자 25일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열린 '상해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한민회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독립운동 자료를 체계적으로 분석·연구해 더 많은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과 예우가 필요하다.”(최용학 한민회 회장)
 
"독립운동과 보훈은 나라의 근간이다. 상하이 만국공묘에 묻혀 있는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과 유해 봉환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이선우 전 국가보훈처 보훈선양국장)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을 정부와 국민이 끝까지 지키고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 핵심은 독립운동가 유해를 잊지 않고 봉환하는 것이다."(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일제에서 광복된 지 7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서훈과 유해 봉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항일 독립운동 연구 권위자들이 입을 모았다. 지난 25일 중국 상하이 룽즈멍 호텔에서 열린 '상해포럼' 자리에서다. 아주경제신문과 사단법인 한민회가 주최한 상해포럼은 ‘상하이 만국공묘의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주제로 진행됐다.
 
독립운동가 최태현의 아들 최용학 한민회 회장, 항일 독립운동 관계 자료 분야 1인자인 이선우 전 국가보훈처 보훈선양국장, 약 40년간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와 '보훈신춘문예' 당선자, 상하이 푸단대 한국인 유학생들이 참석했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사진배인선 기자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가 25일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열린 '상해포럼'에서  '만국공묘의 돌아오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박환 교수는 이날 주제 연설에서 “상하이 만국공묘에 묻혀 있는 독립운동가는 잊히고 있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만국공묘(萬國公墓·현 쑹칭링 공원)는 1910~1930년대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했던 한국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안장돼 있는 묘지다. 이곳에 확인 또는 추정되는 한국인 묘는 14기로, 이 중 한국으로 유해가 봉환된 것은 9기다. 하지만 이들과 나란히 묻혀 있던 김가진·이덕삼·조상섭 선생 등 유해는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박 교수는 “특히 동농 김가진 선생은 대한제국에서 고위직 관리를 지낸 인사 중에서 해외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현지에서 돌아가신 유일한 분”이라며 그를 따라 망명한 아들 김의한과 며느리 정정화도 모두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김가진 선생은 중국 상하이 만국공묘에, 아들 김의한은 평양 재북인사묘역에, 며느리 정정화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묻혀 있다. 박 교수는 “독립운동가 가족이 사후에도 이산 가족의 아픔을 겪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평안북도 철산 태생으로 의열투쟁을 벌이다 스물한 살 젊은 나이에 생을 마친 이덕삼 지사, 이승만 탄핵을 주도했던 상하이 임시정부 의정원장(국회의장)을 지낸 조상섭 목사 등도 아직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이 밖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임계호, 조금보 등도 만국공묘에 묻혀 있다며 우리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독립운동가에 대한 객관적·역사적인 조사를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유해 봉환을 위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것이 우리가 독립운동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속 주인공 유진 초이 실제 모델인 황기환 지사를 예로 들었다. 그의 묘소는 미국 뉴욕에 있었는데 지난 4월 유해가 봉환돼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드라마로 황 지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점이 정부가 유해를 봉환하는 데 중요한 추진력이 됐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내년 4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나 8월 광복절에는 상하이 만국공묘에 묻힌 독립운동가 유해가 봉환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국민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날 참석한 유학생들에게 "삼일절이나 임시정부 수립일, 광복절 등 뜻깊은 날에 종종 만국공묘를 찾아 참배 헌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특히 상하이 푸단대는 한·중 수교 이후 중국 내 한국학 연구가 가장 활발한 대학으로, 현지 중국인 전문가 교수와 네트워킹을 쌓고 모임을 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최용학 한민회 회장 사진배인선 기자
최용학 한민회 회장이 25일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열린 '상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최용학 회장은 "저희 아버님도 당시 자료가 부족해 아직 독립유공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애국지사 분들이 머나먼 이국 땅에 남아 계신다"며 "최근 국가보훈부의 독립운동 유공자에 대한 적극적인 서훈 움직임은 늦었지만 정말 잘하고 있는 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최 회장은 구한말 고종황제 휘하 조선특무대 마지막 장교였던 독립운동가 최태현의 삼남으로 불과 네 살인 어린 나이에 일제에 부친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선우 전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보훈선양 국장 겸 한민회 이사 사진배인선 기자
이선우 전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 보훈선양국장 겸 한민회 이사가 25일 중국 상하이 현지에서 열린 '상해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배인선 기자]

이선우 전 국장은 "국가보훈처 재직 시절 독립운동가 자료를 찾기 위해 중국, 러시아 등 곳곳을 누비면서 새롭게 발굴한 자료를 근거로 더 많은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며 자료가 충분치 않아 서훈을 받지 못한 독립운동가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하이 만국공묘에 모셔진 동농 김가진 선생은 독립운동에 대한 뚜렷한 자료가 있는데도 아직 서훈을 받지 못한 것은 대단히 안타깝다며 조속히 서훈과 유해 봉환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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