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이위안發 쇼크 실물경제 전이될라...中 두달 만의 깜짝 금리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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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8-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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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민銀, 기준금리 인하 예고 등 위기관리 모드

  • 비구이위안 디폴트 후 채무 구조조정 수순 예상

  • 부동산 위기에···3880조 신탁업계 부실도 '수면 위'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부동산 재벌 비구이위안(碧桂園)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권에 이어 중국 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우려가 커지자 중국 지도부가 두 달 만에 전격 금리를 인하하는 등 위기 관리 모드에 나선 모습이다.
 
인민銀, 두 달 만의 '깜짝' 정책금리 인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물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선행지표 격인 정책금리를 내리면서 이달 실질적인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도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6월 LPR을 인하한 지 두 달 만이다.
 
중국은 지난 6월 올 들어 처음으로 1년물 LPR과 5년물 LPR을 각각 10bp(1bp=0.01%포인트)씩 인하했다. 1년물 LPR은 신용대출·기업대출 등 금리 산정 시 지표가 돼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5년물 LPR는 주택담보대출 등 장기금리 산정 시 기준이 된다.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고 있음에도 시장에선 이달 LPR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왔다. 미·중 금리격차 확대와 위안화 약세 속 추가 금리 인하는 중국 내 자본 이탈을 더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

그런데도 중국이 사실상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비구이위안발 부동산 경기 불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비구이위안 디폴트 후 채무 구조조정 수순 예상
중국 정부가 지난해 우량기업이라 꼽았던 1위 부동산 재벌인 비구이위안은 중국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 속 자금난에 빠지며 결국 디폴트 위기에 맞닥뜨렸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7일 액면가 각각 5억 달러의 달러채 2건에 대한 이자 총 2250만 달러(약 296억원)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한 달간 유예기간 내에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 사실상 디폴트가 선언된다. 

비구이위안이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앞으로도 갚아야 할 채권은 상당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43억 달러(약 5조7233억원) 상당의 역내외 채권 만기가 내년 말까지 도래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시장은 비구이위안이 사실상 디폴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비구이위안이 사실상 디폴트를 공식 선언하고 남은 채권에 대한 상환 기한을 연장하는 등 채무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를 이미 재무고문으로 고용했다고도 전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14일부터 역내 채권 11건(총 157억200만 위안)에 대한 거래도 정지했다. 역내 채권 거래 중단은 사실상 채무 구조조정 수순을 밟는 신호탄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15일 비구이위안은 이미 내달 2일 만기 도래하는 역내 사모채권 '16비위안05'의 미상환액 39억400만 위안에 대해 채권단과 상환기한을 3년 연장하고 총 7차례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디폴트 선언 후 채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헝다를 비롯해 쉬후이, 뤼디 등 다른 대형 부동산기업이 밟아온 절차와 비슷하다.

특히 비구이위안의 경우 재무 펀더멘털도 비교적 양호하고 레버리지 비율도 높지 않아 채무 구조조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비구이위안 총자산은 1조7400억 위안, 총부채는 1조4300억 위안이다. 특히 순부채율이 40%로 동종업계는 물론 국유부동산 기업보다 낮은 데다가 2018년부터 꾸준히 부채를 줄이며 재무 안정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또 대다수 부채 상환 대상이 은행·투자자나 하청업체가 아닌 미완공 아파트 분양주라는 점에서 비구이위안은 채권 상환보다는 아파트 공사를 완공해 입주를 보장하는 이른바 ‘바오자오러우(保交樓)’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실제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70만채 주택 인도를 보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70만채 주택을 인도할 예정이다. 이는 헝다(30만채), 완커(28만채) 등 다른 부동산업체보다 월등히 많다. 

사실 2017년부터 6년 연속 중국 부동산 매출 1위를 이어오며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던 비구이위안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견뎌왔으나, 올 들어 급격히 위축된 부동산 수요와 악화한 자금 조달 환경 속에서 결국 자금난에 맞닥뜨렸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10일 올 상반기 순손실이 450억~550억 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고했다.

최근엔 중국 국유기업 배경의 부동산 기업인 위안양(遠洋)도 디폴트를 선언했다. 14일 위안양이 내년 만기 예정인 채권이자 2094만 달러(약 278억원)를 상환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위안양이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 규모는 7억 달러 정도다. 다만 이날 위안양은 오는 17일 채권단 다수의 동의를 얻어 디폴트를 면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잇단 부동산 재벌의 디폴트 위기는 가뜩이나 위축된 중국 부동산 수요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4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주축으로, 사실상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기둥산업이다.

그런데 중국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니 좀처럼 집을 장만하려는 사람도 없어 부동산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주요 부동산 주요 지표는 전달보다 일제히 악화했다. 1~7월 부동산 판매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6.5%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부동산 재고면적은 17.9% 증가했다. 1~7월 누적 부동산 개발투자도 8.5% 하락했다. 
 
부동산 위기에···3880조 신탁업계 부실 '수면 위'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중국 부동산 부문의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돈줄' 역할을 하던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던 신탁회사들까지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다.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中植)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 등 3개 회사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환매를 연기했다고 중국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은 전날 보도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매체는 중룽신탁이 지난 1년간 환매를 중단한 상품 액수는 약 10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중룽신탁이 운용하는 상품액수만 6293억 위안어치다. 이 중 올해 만기 도래하는 상품만 270개, 약 395억 위안어치에 달한다고 리서치회사 유스 트러스트는 집계했다. 
 
중국 신탁업은 은행에서 주로 취급하지 않는 부동산 개발 등 프로젝트에 투자해 자금을 운용한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은행 대출이나 채권 발행이 막힌 부동산 기업들은 신탁업에 의존해 자금을 마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에 따르면 중국 신탁업 운용자산만 2조9000억 달러로, 이 중 약 13%가 부동산 개발 등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신탁업 부실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게다가 중국서 신탁상품은 은행예금보다 이자율이 높아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나 중소기업들이 주로 투자한다. 현재 중룽신탁 상품에 투자한 중국 상장회사만 60곳에 달하며, 이 중 78%는 시총 100억 위안 미만의 중소기업으로 집계됐다. 중룽신탁 환매 중단이 확산될 경우 가뜩이나 경기 불황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실물경제에까지 충격을 가할 수 있단 이야기다. 
 
중국 정부도 중국 부동산업계 리스크가 신탁업계로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자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즉각 리스크 점검에 나서는 등 위기 관리에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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