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날카로운 칼날에서 근로자 손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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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08-0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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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해 1월 26일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 현장 앞에 놓인 안전모와 장갑. [사진=연합뉴스]

"칼이 달린 모터가 돌아가는데 맨손으로 일을 해요.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해요. 손이 닿으면 그대로 잘리는 거예요."

한 대형노무법인 공인노무사 A씨는 최근 지방출장을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방 소재 영세기업에 방문해 근로자 안전 보호를 위한 조치에 대해 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영세기업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취업한 어린 근로자들이 일하는 경우도 흔하다. A씨는 "근로자들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보호장비 없이 다룬다"며 "위험성을 거의 인지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큰 인식이 없는 사회초년생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다.

이처럼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그는 활동하고 있다. 그가 속한 노무법인이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은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영세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규정하는 안전보건활동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핵심이다. 

문제는 사업 지원 대상 기업이 현저히 적다는 점이다. 올해 50인 미만 기업 1만곳의 컨설팅을 마친다는 게 공단 목표다. 공단에 따르면 건설업을 제외한 50인 미만 기업은 전체 62만곳에 달한다. 사업 지원 대상 기업이 전체 1%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산업재해로부터 근로자들을 지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사업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시행됨에 따라 추진됐다. 중대재해 발생을 막고 사업주 처벌 가능성을 낮추자는 게 사업 취지다. 중처법은 2021년 1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해 1월 시행에 들어갔다. 그간 3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는데 사업 추진 속도는 더디다. 사업이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근로자를 지키기 위한 중처법 확대 시행에도 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영세기업이 다수다. 고용부 '2023년 1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총 128명이다. 이 중 50인 미만 기업 근로자가 79명(67%)에 달했다. 이제는 '다시는 일하다 죽지 않게 하겠다'는 중처법 제정 취지를 보여줘야 할 때다. 고용부가 사업 확대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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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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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면 장갑을 착용해도 절단의 위험이 있는 건 마찬가지 일 겁니다.
    그리고 회전체 작업 시에는 장갑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되어 있구요...
    위험성을 제거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맨손 작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방호장치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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