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노·사가 ‘본점 부산 이전’과 관련해 서로 다른 기관에 맡긴 연구용역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정반대의 연구용역 결과가 공개되면서 노·사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김현준 산업은행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에게 “양측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으니 공개토론회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산업은행노조는 3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한국재무학회 측은 산은 본점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향후 10년간 산업은행은 7조39억원, 국가 경제는 15조4781억원 규모의 재무적 손실이 누적될 것으로 추산했다. 박래수 숙명여대 교수는 “본사의 50%만 이전하더라도 전체 이전으로 인한 손실의 70%에 해당하는 경제적 손실이 수반될 것”이라며 “계량화가 어려운 손실까지 고려하면 산은 부산 이전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재무학회에 따르면 산은이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고객 감소로 인한 경쟁력 약화다. 위험 분산을 위해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실행하는 기업들이 부산까지 내려와 산은과 논의하는 대신 다른 금융기관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산은이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면 정책금융·구제금융 등 국책은행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기업의 도산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재무학회는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22조156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한국재무학회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에 언급한 숫자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추산한 것”이라며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손실 규모가 30조~40조원대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장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29개 금융공기업이 부산으로 이전했지만 금융 부문의 서울 집중 현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보험업이 창출한 부가가치 측면에서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5.8%에서 2021년 50.5%로 늘었다. 조 소장은 “금융중심지는 금융산업이 공간적으로 집중되면서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지 정부 정책으로 조성될 수 없다”며 “산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을 이전하더라도 민간기관이 따라갈 이유가 전혀 없으므로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연구용역 결과는 앞서 사측이 국회 등에 보고한 연구용역 결과와는 상반된다. 산은은 삼일PwC 측에 의뢰해 ‘정책금융 기능의 온전한 이전’이라는 원칙 하에 지역성장 중심형, 금융수요 중심형 등 두 가지 이전방안을 도출했다. 산은은 이 중 최소한의 업무·인원을 제외한 모든 기능·조직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역성장 중심형을 채택해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