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자 분묘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양주시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9일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A씨의 형은 2011년 12월 양주시의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던 중 숨졌다. 경찰이 A씨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했으나 A씨는 시신을 인수하지 않았다.
이듬해 3월 양주시는 A씨의 형을 무연고자로 처리해 장례를 치른 후 공동묘지에 묻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관할 구역 내 무연고자 시신을 매장하거나 화장한 뒤 10년간 봉안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2017년 7월 뒤늦게 형의 시신을 이장하려 했지만 분묘를 찾을 수 없었다. 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곳은 표지판이 사라지는 등 훼손돼 있었고 무덤을 파보기까지 했지만 아무런 유골도 찾을 수 없었다.
A씨는 형의 시신이 사라져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양주시를 상대로 3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주시에 무연고자의 시신을 매장하는 것을 넘어 분묘를 관리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연고자가 공고를 통해 사망한 무연고자의 소재를 확인한 뒤 시체를 인수해 적절한 예우를 할 수 있도록, 시체를 관리할 의무까지 당연히 포함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시장 등에게 무연고 시체 등에 관한 처리 의무를 법령으로 상세히 부과한 것은 사망한 무연고자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원고 등 망인의 연고자가 봉안된 망인의 시체·유골 등을 인수할 수 있도록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장 등 지자체장이 분묘가 훼손되거나 망인의 유골이 분실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할 의무까지 부담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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