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중국은 왜 '이곳'에 톈옌을 세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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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7-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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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이저우성에 가다...자연·기술·관광 삼박자

  • 산속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톈옌'

  • 가난한 도시서 '빅데이터 허브'로

  • '제2의 닝더' 꿈꾸는 산골도시

중국 구이저우성 개요 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 구이저우성 [그래픽=김효곤 기자]

“전다(眞大, 진짜 크다)!”

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 '톈옌(天眼, 하늘의 눈이란 뜻으로 영어로 ‘FAST’라고도 불린다)' 전망대에 오른 중국인 관광객들이 탄성을 자아냈다. 

7일 찾은 중국 구이저우성 첸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 핑탕현에 소재한 톈옌 전망대.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붐볐다. 한때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동네’ 중 하나였던 핑탕현은 오늘날 중국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카르스트 지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덕분이다. 

5일부터 8일까지 3박 4일 둘러본 구이저우성에서는 생태환경, 첨단기술, 관광이 삼박자를 이루며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구이저우 산속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이날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톈옌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지름 500m에 총 면적이 25만㎡, 축구장 30개 크기다. 삼각형 모양의 반사판 4450개로 이뤄진 톈옌은 거대한 구덩이에 마치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듯 자리잡고 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톄궈(鐵鍋, 무쇠냄비)’라 불린다.

안내원 왕 씨는 “톈옌을 핑탕현 깊은 산속에 짓는 데까지 2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중국 천문학 연구 발전을 위해 톈옌 건설 계획을 처음 제안한 것은 1993년. 건설 부지를 고르는 데만 12년이 걸렸다고 한다. 2006년에야 비로소 이곳 구이저우성 핑탕현 산속 카르스트 지형에 움푹 파인 거대한 싱크홀을 낙점한 것. 

망원경을 짓기 위해 땅을 더 파낼 필요가 없는 데다가, 석회암 지대라 물 빠짐이 쉬워 사실상 천혜의 배수 시스템을 갖춰 건설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게다가 반경 5㎞ 이내로 사람 사는 마을이 없어 전자파 방해도 없었다. 

왕 씨는 “그렇게 2016년 완공된 톈옌은 아레시보 천문대(지름 350m)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으로 자리매김했다"며 "137억 광년 밖의 전파신호도 탐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도 20~30년간은 이를 뛰어넘을 전파망원경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파 신호에 워낙 민감해 관광객은 휴대폰은 물론 디지털 카메라, 시계(스마트워치 포함)도 휴대할 수 없다. 다만 필름 카메라는 가능하다. 관광안내센터에서 200위안에 20장 필름이 들어있는 카메라를 빌릴 수 있다.

톈옌 주변에는 ‘천문(天文) 마을’이란 관광단지가 조성됐다. 곳곳에 한자‘별(星)’을 따서 만든 이름의 호텔·카페·식당 등이 눈에 띄었다. 핑탕현의 한 주민은 “가난한 산골마을이었던 핑탕현이 톈옌 덕분에 관광명소가 됐다”고 전했다. 핑탕현은 지난 2019년 빈곤현(縣) 꼬리표도 뗐다. 

특히 이곳은 오늘날 전국 청소년들의 과학학습 관광지로 떠올랐다. 기자가 찾은 7월은 특히나 여름방학 기간이라 자녀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학부모들로 붐볐다. 왕 씨는 많을 때는 하루에 5~6개팀의 안내도 맡는다”며 “평소에도 전국 각지 학교에서 견학을 많이 온다”고 귀뜸했다. 
 
가난한 도시서 '빅데이터 허브'로

사실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하기로 유명하다. 구이저우성의 약칭은 ‘귀할 귀(貴)’. 워낙 가난한 곳이라 모든 게 귀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우스갯 소리도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 2000㎞ 떨어진 구이저우성은 오랫동안 ‘버려진 땅’이었다. 예로부터 한족에게 내몰린 이민족들, 주류에게 밀려난 낙오자들이 이 땅에 모여 생활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구이저우성 경제는 고속 발전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빅데이터 산업 특화 국가급 신구’인 구이안신구가 구이양에 지어지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이곳을 찾아 현지 빅데이터 산업 발전을 지원 사격하며 기름을 부었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는 2015년 구이저우에서 열린 제1회 빅데이터 박람회에서 "지금 구이저우에 투자하지 않으면 10년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덕분에 코로나 발발 직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구이저우성은 9년 연속 전국 경제성장률 '톱3'를 놓치지 않았다.

사실 구이저우성이 빅데이터 허브로 낙점된 것도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이다. 구이저우성은 카르스트 고원 지대에 위치해 기후가 서늘한 데다가 태풍, 지진,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이 낮다. 특히 곳곳에 분포한 석회 동굴은 안정적인 온도·습도가 유지돼 데이터센터 운영에 안성맞춤이다. 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구이저우성은 전력 발전량도 풍부해 '전기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돌리는데 비용도 적게 든다. 

그래서 구이저우성은 중국 데이터 인프라 프로젝트, 이른 바 '동수서산(東數西算) 공정' 핵심 지역 중 하나로 선정됐다. 동수서산 공정은 경제가 발달한 동부 지역의 데이터를 서부 지역으로 옮겨와 처리한다는 게 골자다. 동·서부 지역 간 데이터센터를 연계 발전시켜 데이터 자원 및 전력소비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8일 찾은 구이양의 국가빅데이터(구이저우)종합시험구 전시관. 현지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어떻게 응용하는지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다만 데이터 유출을 우려한 탓인지, 전시관내 영상 촬영이나 녹음은 일제히 금지됐다. 

“구이저우가 빅데이터를 육성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015년 이곳을 찾은 시진핑 주석이 한 발언이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다. 안내원은 “현재 구이저우성 성도 구이양에는 화웨이,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대형기술기업) 데이터센터가 둥지를 틀고 있다”며 구이저우성 빅데이터 산업도 고속 발전세를 구가 중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늘날 빅데이터 전자IT산업은 구이저우성에서 에너지 다음으로 큰 산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구이저우성은 빅데이터 분야에만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200억 위안을 투자했다. 
 
‘제2의 닝더’ 꿈꾸는 산골도시

구이양에서 고속철을 타고 북동쪽 방향으로 약 2시간 정도 가면 퉁런이라는 도시가 있다.  구이저우성 산하 9개 지급시(주)에서 경제 규모로는 꼴찌에서 두번째일 정도로 가난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엔 중국 최대 주류기업 마오타이에 이어 구이저우성에서 두번째로 큰 민영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배터리 신소재 기업 중웨이(中偉, CNGR)다. 

2014년 이곳에서 시작한 중웨이는 10년 만에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300억 위안 이상으로, 전년 대비 50% 넘게 성장했다. 지난달에는 우리나라 포스코그룹과 손잡고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경북 포항에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양추이 중웨이 문화브랜드부 총감은 "중웨이가 퉁런을 낙점한 것은 현지 정부의 신소재 산업 발전 지원 정책과 더불어 현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눈 여겨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엔 알루미늄, 망간, 석탄 등 배터리 소재에 쓰이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특히 알루미늄과 망간 매장량은 거의 중국 톱3에 들 정도다. 

중웨이가 둥지를 틀면서 퉁런시에는 현재 배터리 소재 클러스트가 형성 중이다. 중웨이를 비롯해 모두 16개 배터리 소재기업이 입주해 있다고 퉁런시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중웨이는 퉁런시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웨이는 현재 퉁런시 세수의 60%를 기여하고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언젠가는 퉁런시도 닝더(CATL 본사 소재지)처럼 발전하지 않겠느냐”고 농담 반 진단 반처럼 얘기했다. 

사실 닝더도 푸젠성 산하 지급시 중 GDP 성적표로 만년 꼴찌였지만,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 CATL을 유치하며 오늘날 푸젠성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구가하는 중국‘배터리 수도’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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