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형의 밀설] 북한 발사체 인양, 속도보다 장병 안전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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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기자
입력 2023-06-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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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에 추락한 북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 잔해 인양 작업이 장기화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31일에 쏜 천리마-1형이 서해에 떨어진 지 11일이 지났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언급한 인양 소요기간인 이틀을 한참 넘겼다.
 
현장의 빠른 유속과 어두운 시야가 인양의 발목을 잡았다. 군이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인 곳은 전북 군산시 어청도 서쪽 200㎞ 해상이다. 동해와 달리 서해는 수심은 낮지만 바닥이 펄인 곳이 많다. 물속 시계(視界)가 좋지 못하다.
 
천리마 1형 잔해는 수심 75m에 가라앉아 있다. 이 잔해는 길이가 15m, 직경 2~3m에 달하는 원통형으로 알려졌다. 현지 수중 시야는 50㎝에 불과하다고 한다. 조류가 빠르지 않은 동해와 달리 서해는 물살이 거세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현지 수중 시야가 50㎝도 안 되기 때문에 수중 작전을 하는 병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도 “인양 작전은 현재 현장의 유속이 빠르고 시야가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발사체 잔해의 모양과 큰 몸집도 인양 지연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봇대만한 잔해를 끌어올리려면 펄 속에 박힌 잔해 밑으로 밧줄을 넣어 고정시킨 뒤 수평을 맞춰 올려야 한다. 하지만 원통형 물체의 표면이 매끄러워 결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면이 잔잔해지는 정조 시간에만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양을 더디게 하고 있다.
 
무게가 상당해 잔해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정했던 밧줄이 인양 장비에서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해난구조전대(SSU) 심해 잠수사들은 지난 3일부터 투입돼 원통형 잔해에 고장력 밧줄을 묶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잔해 동체에 고장력 밧줄을 묶어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줄이 끊어지는 등 안전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병 안전을 최우선해 인양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 대변인은 “(인양 작업은)몇 가지 어려움이 있어 시간을 다투기보다는 안전과 작전의 완전성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도 “안전에 최우선 중점을 두고 작전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번 잔해 인양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인공위성 분야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속도감 있는 인양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장병들의 안전 역시 중요하다. 군은 다음 주 초 조류 흐름이 잦아드는 소조기인 만큼 인양 작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장병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무사히 인양 작업이 마무리되길 바래본다.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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