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합병 제동에…대한항공, 노선 배분 국적사냐 외항사냐 고심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대한항공은 오는 8월까지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노선의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기 위해 해당 노선을 대체할 항공사를 모색하는데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항공사가 노선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으나 EU가 유럽 항공사의 선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시 경쟁제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중간 심사보고서(SO)를 내놨다. 

양사의 합병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2019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천~파리 노선 시장 점유율은 60%, 프랑크푸르트 68%, 로마 75%, 바르셀로나 100%다. 또한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이후 항공 화물 강자로 떠오르자 여객에 이어 운송부문도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SO 발부에 따라 대한항공은 일정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6월까지는 경쟁제한 우려 해소 방안을 담은 시정조치 방안을 EU에 제시해야 한다. EU는 대한항공이 제시한 시정조치 방안을 고려해 오는 8월 3일까지 합병 조건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관건은 양사의 노선을 운항할 항공사 선정이다. 인천∼파리 노선의 경우 양사의 점유율을 50% 아래로 맞추려면 주 3회 운항을 포기해야 한다. 해당 노선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 에어프랑스가 취항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와 로마, 런던, 바르셀로나 노선에서도 각각 주 4회, 3회, 4회, 4회씩 대체 항공사에 내줘야 한다.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가 노선 인수 의향서를 제출하거나 낼 예정이다. 재무와 기재 여부, 장거리 운항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에어프레미아가 우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EU가 자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해당 노선을 국내 항공사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영국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천~런던 7개 슬롯을 자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유럽 국적 항공사와도 접촉을 하고 있다. 다만 일부 유럽 항공사는 자국민의 한국행 항공편 이용이 적어 운항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오는 8월 최종심사에서 기업결합을 불승인하면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이 경우 대한항공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행정소송 절차까지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EU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3개국의 승인을 남겨놓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8월 대한항공으로부터 심층조사 관련 자료를 제출받은 데 이어 11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심사 기간을 연장했다. 물밑에서는 미국 심사 통과를 위해 에어프레미아,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 등과 노선 배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일본은 사전협의 절차를 진행 중이며 협의가 완료되면 정식 신고서를 접수해 나머지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