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말 하면 잔소리 영천하면 말(馬)이지… 영천시 '말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적극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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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김규남 기자
입력 2023-05-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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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주산 승마장' '영천 경마공원'등 최상의 인프라 최대한 활용해 영천을 우리나라'말 산업' 일번지로 육성

  • 말(馬)의 다양한 용도에 착안, '말 산업' 영역 확장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

조성중인 영천 경마공원 조감도[사진=영천시]

영천 말(馬)를 아십니까? 우리는 '말' 하면 제주도를 연상하지만 과거부터 우리나라 내륙에서는 영천이 '말'로 제일 유명한 고장이었다.

'말'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오래된 가축 중에 하나다. 전쟁과 물류 수송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오랜 세월 인류와 함께 해 왔다. 최근에는 말은 기존의 역할 이외에도 레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와 함께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축산과 레져를 결합한 신산업화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말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 산업으로서 크게 부상하고 있다.

이에 말의 도시 경북 영천시가 시의 역동적인 이미지와 부합하는 ‘말 산업’을 시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영천시는 ‘경마장 조성’ 사업과 승마 등에 역점을 둬 체계적으로 ‘말 산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세우고 강력한 의지로 실천하고 있다.
 
영천시 '말 산업' 추진 방향과 성과
영천은 예로부터 말의 고장으로 명성을 알렸다. 영천은 과거 국가의 군마 조달과 군마의 개량을 목적으로 조선시대 장기현 (지금의 구룡포)에 설치한 ‘구룡포 말목장성’에서 북방으로 말을 조달하던 길목에 위치해 구룡포 말목에서 북방 전장으로 이송되는 말들이 이곳을 거쳐 조달됐다. 영천은 전장에서 지금의 전차 역할을 담당하는 말들의 중요한 중간 보급기지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또 영천은 조선시대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 교류의 가교역할을 했던 ‘조선통신사’ 행렬이 지나가던 길목이었다. 이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말들을 영천 신령의 역참(驛站)에서 교체가 이뤄졌다. 엄청난 수의 말들이 역참에 대기하고 있어 장관을 이뤘다는 기록도 있다. 당시 영천에서 많은 말을 사육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철도역이 들어선 영천은 영남 내륙 물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철도의 발달만큼 내륙 곳곳으로 뻗어 가는 도로 사정은 좋지 않았다. 차량을 이용한 물류의 수송은 한계를 맞았고, 물류 수송 역할을 말이 끄는 수레가 담당하게 됐다. 이런 말 덕분에 1950년대의 영천의 풍경은 말과 말이 끄는 수레로 인해 번잡했고, 영천시장이 경상도 3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경북 사과로 대변되는 영천과 경산, 의성 등지에서 생산되는 사과 등 과일을 영천역까지 수송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 또한 말이 끄는 수레였다.
 
영천시는 역사적 지리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말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말과 관련된 주변 산업(숙박, 사료, 장제산업) 등이 발달했다. 그 흔적이 ‘말죽거리’라는 영천의 지명에 남아있어 그 당시의 번성했던 영천의 말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가늠케 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영천에서 북한군 3개 사단과 국군 8사단이 치열한 접전을 벌일 때 대구로 침공하려는 북한군의 행렬을 저지하기 위해 국군은 필사적인 항전을 펼쳤다. 당시 영천시에서 금호읍으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북한군의 총탄에 보급품 수레를 끌던 말들이 무수히 쓰러져 말의 사체가 산을 이뤘다 해서 '말 고개'라는 지명까지 붙었다.

제9회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대회에서 출전선수들이 힘차게 장애물을 넘고 있다[사진=영천시] 

영천 '말 산업', 레져 산업 타고 부활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도로의 발달과 산업화로 인해 그동안 말이 담당하던 물류의 수송을 자동차가 담당하면서 말은 경제적인 효용이 크게 떨어져 그 수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자연스럽게 영천 말의 수요가 줄어들었고 말과 관련된 산업들이 급속하게 몰락하는 침체기에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근대화에 성공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국민들의 레져 욕구와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됐다. 이에 따라 말을 이용한 레져 산업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승마, 경마, 재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말과 그 주변 산업들이 형성되게 됐다. 이에 발맞춰 영천의 ‘말 산업’도 다시 기지개를 펴게 됐다.
영천시 ‘말 산업’의 발전 방향과 전망
‘말 산업’은 기존의 축산업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말 산업’은 말을 기르는 축산업과 레져 산업을 결합하는 축산업의 6차 산업화의 전형적인 표본이다.

‘말 산업’은 농가에서 말을 사육할 뿐만 아니라 사육된 말을 승마장을 운영해 승마용으로 제공하고 식용으로 사육된 말은 고기와 뼈 등을 정육과 약재, 화장품의 원료로 판매하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시는 ‘말 산업’을 적극 육성해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영천을 세계적인 ‘말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당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경마공원 유치
영천시는 2009년 한국마사회의 제4 경마공원 후보지로 선정됐지만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민선 7기 집행부와 영천시민들의 노력으로 2022년이 돼서야 경마공원을 착공하게 됐다.

영천경마공원은 총사업비 3057억원으로 영천시 금호읍 성천리. 대미리, 청통면 대평리 일대 44만평 부지에 조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경주로를 비롯한 경마장 필수시설과 공원 및 편의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영천경마공원이 조성되는 부지는 국내 최대 규모로 경마 관련시설이 전체 면적의 17%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아 향후 발전적 계발계획에 따라 잠재적인 확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는 경마공원이 운영되면 1조8000억원의 세수증대는 물론 1조8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75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영천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천시 '말 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 운주산승마조련센터 '말문화체험관' 개장[사진=영천시]

 
탄탄한 ‘말 산업’ 인프라 말 융복합단지 조성
시는 ‘말 산업’의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운주산 승마장’을 개장해 운영하고 있다.

‘운주산 승마장’은 2009년 농림축산수산부의 ‘말 산업’ 발전공모 산업으로 선정돼 실내·외승마장과 부대시설 그리고 산책로·산장, 휴양림을 갖춰 단순한 승마장의 기능을 넘어 복합 휴양기능을 수행하는 ‘멀티 승마장’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용자도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2021년 1만7801명, 2022년 1만7969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의 ‘말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지난 2015년 6월 국내 2호로 ‘내륙 최초 말 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말 산업’ 발전에 주마가편의 속도를 붙게 했다.

‘운주산 승마장’은 농가에서 생산된 말들을 체계적인 조련 과정을 거쳐 준마로 탄생시켜 수요자에게 공급하는 조련프로그램과 안정적인 유통체계를 갖춰 한국형 승용마 공급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운주산 승마장’에서는 연간 20여필의 말이 조련되고 있으며 그 중 10여 필의 말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운주산 승마장’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지자 가족 단위의 이용객들의 증가는 물론 2021년 개장한 말 문화 체험관은 승마장의 핫 플레이스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에 따라 영천시는 총사업비 15억원을 투입해 늘어나는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누리 카페, 교육전시실, 유아 놀이방 등을 조성했다.

‘운주산 승마장’은 영천 ‘말 산업’의 전초기지로 ‘말 문화’ 조성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말 산업’의 부가가치 높여
‘운주산 승마조련센터’는 2017년 고용노동부 지원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협력교육장 및 말산업인력양성 국가시험 장소로 지정돼 명문 승마전문시설로 자리매김했다.

시는 지역대학과의 연계 협력 망 구축에도 힘을 기울여 경북대학교 말 의학연구소, 대구대학교 말 산업 연구센터를 공동 설립하고 경북도, 한국마사회, 서울대학교, 한국말산업중앙회 및 학회, 대구시설관리공단, 농축협 등 공공기관 및 기업과도 말 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또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한국마사회의 퇴역 경주마 관리프로그램 조련 시설로 지정됐다. 5-6세에 은퇴해 용도 폐기 당할 위기에 처한 상당수의 경주마들의 ‘마생 2막’을 열기 위해 ‘마투맨’ 조련을 실시해 연간 10여 필의 경주마를 승용마로 전환해 말 산업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고 있다.

최기문 영천시장이 영천의 말 산업의 비젼에 대해 설명 하고 있다[사진=영천시]

 
색다른 프로그램 접목··· 말 산업 대중화 앞당긴다.
시는 승마 인구 확대를 위해 지난 2011년 114명으로 구성된 ‘영천시승마단’을 창단했다. 공무원 승마아카데미 운영과 전 시민 말타기 운동을 전개하며 승마 열기를 고조시키고 2015년부터 저렴한 비용의 승마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야간 승마교실을 개장해 승마의 저변 확대에도 노력하고 있다.

또 시는 어린이들과 말의 교감을 위해 ‘말 체험 문화관’에서 어린이 전용 승마체험, 포니레일마차, 말 먹이주기 체험 등을 실시하고 잇다. 어린이들이 말과 친근해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미래 승마인력 양성의 장기적인 포석을 위한 미래 마케이팅을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색적이고 다양한 생활 승마 프로그램과 대회를 개최해 승마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7년에는 전국 최초로 ‘말 지구력 경기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전국승마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천대마기 전국종합마술대회’와 ‘영천 말 문화 페스타’를 동시에 개최해 승마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제 1회 영천시장배 승마대회’를 개최해 영천시가 ‘말 문화’의 수도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또 단순한 승마의 차원을 넘어 말과의 교감을 통해 지적 장애인들의 치유를 시도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영천시는 신녕면에 위치한 ‘성운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재활치료에 승마를 접목해 상당한 성과를 거둬 학계 및 지역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말의 부산물로 만든 화장품[사진=영천시]

‘말 산업’의 확장성 무궁무진
시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먹거리산업인 ‘말 산업’은 기존의 말의 역할인 승용에만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영역의 확장이 가능하다.

말은 승용과 역용(노역(勞役)에 사용함)으로 이용하는 동물이기 전에 역사적으로 식용으로 먼저 사육됐다. 영천시는 이점에 착안해 육용 말의 사육도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말 고기에 대한 상당한 마니아 층이 형성돼 있고 이들은 말고기를 먹기 위해 멀리 제주도로의 투어도 불사하고 있다. 영천에서 제주도를 능가하는 말고기 단지가 조성되면 영천은 말고기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또 말의 각종 부산물로 화장품, 의약품, 건강보조식품을 만들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영천에 화장품 회사과 제약회사 등을 유치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영천시는 ‘말 산업’의 무궁무진한 확장성에 주목하고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기문 시장은 “말은 승마, 경마, 관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동물이다. 영천시는 이러한 말의 장점에 착안해 ‘말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삼아 영천의 미래 먹거리산업의 하나로 육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영천시는 최상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말 산업’을 발전시켜 나가 일자리 창출과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켜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이어 “영천시는 사육농가의 육성, ‘말 산업’인력 양성과 시설기반 조성 및 고부가가치 발굴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도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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